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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의 고전시담] 黃庭堅(황정견)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록일 2017년09월03일 18시00분  

김진태 전 검찰총장.jpg
▲ 김진태 전 검찰총장

靜坐處茶半香初 (정좌처다반향초·선정에 들어갈 적에는 차반이고 향초였는데)
妙用時水流花開 (묘용시수화개·깨달으니 꽃 피고 물 흐르네)


황정견은 중국 북송의 시인이자 서예가로 자는 노직(魯直), 호는 산곡(山谷)이다. 23세에 진사시에 합격하여 관직에 나갔으나 귀양살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시문에 뛰어나 강서시파(江西詩派)의 문을 열었고, 소식과 함께 소황(蘇黃)으로 불렸다. 서예가로도 이름이 높았고, 차에도 일가견이 있었으며, 효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렇듯 그는 시·서·화에 뛰어난 송대의 대문장가이기도 했지만, 회당 조심(懷堂 祖心) 선사를 스승으로 삼아 불법(佛法)에도 일가를 이루었다. 그는 “너는 ‘논어’도 읽지 아니했는가? ‘논어’의 말대로 ‘내가 달리 숨긴 게 없다(吾無隱乎爾)’”라는 스승의 말에 충격을 받고 발심하여 선지(禪旨)를 얻었다.

높은 벼슬에 득도까지 하여 득의만만하던 그는 스승의 영결식 때 사제(師弟)인 사심오신(死心悟新) 선사로부터 “죽은 뒤 어디서 만납니까”라는 물음에 제대로 대답을 못 하여 크게 망신을 당한 후 다시 발심하여 귀양 가는 도중에 결국 본래 면목을 보았다.

이 글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더 널리 알려졌는데, 차를 마시는 사람을 비롯하여 이른바 문화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글귀로, 재미있는 것은 백이면 백 모두 우리말 옮김이 다르다는 것이다. 짐작하다시피 이 글은 산곡이 수행하여 얻은 것을 읊은 일종의 오도송이다. 글마디보다는 마음으로 받아야 산곡의 심경의 일부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여기에서도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범위 내에서 그 취지만 적었다. 성현이 이르길 읽고 또 읽으면 도(道)의 경지에는 가지 못하더라도 문리(文理)는 통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참고로 산곡은 강서시파의 영수로 특히 시에 있어서 탈태환골을 주창했는데, ‘제양관도(題陽關圖)’는 탈태환골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시 중 하나로 꼽힌다.

題陽關圖(제양관도) 斷腸聲裏無形影 (단장성이무형영·단장의 노래는 형체도 그림자도 없거늘) 畵出無聲亦斷腸 (화출무성역단장·소리 없는 그림 역시 마음을 슬프게 하는구나) 想得陽關更西路 (상득양관갱서로·양관에서 서쪽으로 더 들어가면) 北風低草見牛羊 (북풍저초견우양·북풍에 고개 숙인 풀 뒤로 소와 양들만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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