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마을 3년째 예산지원 끊겨
보수 차질 등 주민들 불만 고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에 대한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이 3년 연속 끊겨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예산지원도 없이 규제만 고집하는 문화재 보호법은 없어져야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 주민들이 최근 정부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마을 보수작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5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양동마을은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해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노후가옥 보수비용 등의 명목으로 10~2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 받아 왔다.

이러한 예산으로 그동안 지붕구조 일부가 양기와와 슬레이트로 개조된 가옥을 원래 모습으로 정비하는데 사용하거나,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마을의 전통을 보존하는데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연속해서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원되는 가옥 보수비용 명목의 예산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경주시는 2016년 20억 원, 2017년 20억 원, 2018년 18억 원 등 기존처럼 해마다 양동마을 노후가옥 보수비용 등의 명목으로 문화재청에 예산지원을 요청했으나 지원되지 않았다.

이처럼 예산지원이 끊긴 것은 지원받은 예산을 제때에 사용하지 못하고 이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을 이월시킨 데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양동마을 가옥 등에 대한 보수작업은 마을 특성상 문화재청의 승인과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화재 보호법으로 인해 단기간에 작업을 마칠 수 없어 이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양동마을은 담장 보수 등 경미한 보수를 제외한 규모가 있는 보수작업은 전혀 진행할 수 없어 주민들이 불편과 함께 피해를 호소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달부터 ‘3년 연속 예산 0원, 규제만 고집하는 문화재 보호법 물러가라’, ‘규제만 할 줄 아는 문화재청 너희들 와서 살아 봐라’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또한 주민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회와 문화재청을 방문해 관계자와의 면담과 집회를 계획하는 등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동마을 이장 이동헌(69) 씨는 “지붕이 낡아 빗물이 떨어져도 수리하지 못하고 천막으로 가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마을의 현실이다”면서 “각종 규제로 활동을 제한하면서 예산지원 마저 끊어 불편한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전통마을 지정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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