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소장자 배익기씨 인터뷰
"조건 맞으면 상주박물관 전시할 터"
"지난 정권에 억울하게 당한 일들 진상규명 선행돼야"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55·상주시 낙동면)를 상대로 지난 한 해 동안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상주본을 세상에 내놓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한 것.
이에 본지는 매년 한글날만 되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배익기 씨를 만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배 씨가 원하는 현실적인 조건만 해결해 주면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배 씨가 정말 확실하게 소장하고 있는가.
△10여 년째 듣는 반복된 질문인데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확실하게 제 손에 있다. 이제 와서 안 가지고 있다고 하면 정말 우스운 얘기죠.
-그렇다면 보관상태는 어떤지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데 지금 어떤 상태인가.
△한 마디로 우려스럽죠. 게다가 불이 나 일부가 소실됐는데 온전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최고 시설을 갖춘 박물관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훼손될 수 있는데 10여 년이 다 된 지금까지 발견 당시와 같은 상태라고는 할 수 없다.
-최근에 보관상태를 확인해 보고 우려스럽다고 한 말인가.
△그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웃음).
-앞으로 상주본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은 그동안 누차 얘기했지만 지난 정권 동안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일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
과거 1천억 원을 주면 내놓겠다는 얘기도 했지만, 그 당시는 너무 억울해한 소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제안되는 현실에 따라 양보할 수도 있다.
-훈민정음과 관련된 많은 관계자가 지난 1년 동안 배 씨에게 여러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만족할 조건이 없었는지.
△국회의원과 문화재청, 기업, 상주시장, 상주시의회, 한글학회 관계자, 스님 등 많은 분이 찾아와 조건을 제시하며 상주본을 세상에 선보일 것을 제안했지만 사실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은 없었다.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할 말은.
△제 억울함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고 제가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보상이 현실화된다면 내놓을 수도 있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단 훈민정음 간송본은 이미 서울에 있으니까 상주본은 상주박물관에 전시됐으면 좋겠다. 이는 상주시가 중앙정부를 설득해 분위기를 조성해 놓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보상금이 현실화되면 상주본을 세상에 공개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죠(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보관 상태가 크게 우려스러운데 계속 방치해 놓는 것은 국민의 도리는 아니죠.
-인터뷰 내용이 정말 모호하다. 본지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바를 시원하게 얘기해 줄 수는 없는지.
△저도 그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다.
한편 감정가가 1조 원에 달한다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지난 법정에서 소유권이 배 씨가 아니라 문화재청이라고 최종 판결했지만 이에 대한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해당 기관 및 관계자들은 최초 실체를 공개했던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소장자인 배 씨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답답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