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경찰관 2명 이상·자살폭탄범 3명 사망"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중국 영사관에서 총격과 함께 자살폭탄 공격이 시도돼 현지 경찰관 2명 이상이 사망했다.

23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괴한 세 명이 총을 쏘며 중국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비병과 교전하다가 건물 밖 현장에서 모두 사살됐다.

파키스탄 경찰은 AFP통신에 “경찰관 2명이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뉴스통신 EFE는 사망한 경찰 수가 3명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과 AFP통신은 이날 공격에 나선 총격범 가운데 한 명이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미르 샤이크 카라치 경찰청장은 로이터통신에 “범인 3명이 폭발물을 가득 실은 차를 타고 왔다”며 “하지만 건물 방비가 두터워 이들이 영사관 내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현지 TV 등은 영사관 인근에서 총격 등으로 연기가 피어오른 장면 등을 보도하고 있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영사관의 중국 직원 21명은 모두 무사하다”고 밝혔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즉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공격과 관련, 파키스탄 무장 반군조직인 발로치스탄 해방군(BLA)이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로이터통신 등에 “오늘 공격은 우리가 한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중국은 압제자이며 우리의 재원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날 테러를 감행한 이들이라며 3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BLA는 지난 8월에도 중국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과 관련해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인 엔지니어를 태운 버스에 대한 공격으로 중국인 3명 이상이 부상했다.

BLA는 파키스탄 남부 발로치스탄 주(州)에서 주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발로치스탄은 파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히며 이곳에서는 자신들만의 종족, 종파 등을 토대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단체가 여럿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파키스탄의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 꼽힌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과 4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비롯해 62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해외 각국과 야심 차게 진행하는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이 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자금을 끌어오다가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은 상태다.

이에 파키스탄은 지난 8월 새 정부 출범 후 철도사업 규모를 20억달러 줄이는 등 일대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 일각에선 중국이 파키스탄 경제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신화통신과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매체들도 관련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영사관 부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며 현지 매체를 인용해 이번 사건은 테러로 의심이 된다고 전했다.

홍콩 봉황 TV는 사건 현장을 생중계하는 등 현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외교기관에 대한 어떤 폭력행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파키스탄 측에 중국 국민과 외교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해달라고 이미 요구했다”고 전했다.

겅 대변인은 이번 일이 중국의 파키스탄 투자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략적 동반자인 두 나라는 각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건설은 양국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사업으로 양국 국민의 폭넓은 지지 속에 질서 있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경제회랑 건설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해외망에 따르면 한 중국 외교관은 “이미 카라치 영사관의 경비를 강화했다”면서 “가급적 외출하지 말고 외출할 때는 보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영사관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한편, 이날 파키스탄 북서부 오라크자이 지역에서도 오토바이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25명 이상이 사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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