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어도 이혼 청구 가능 당사자들 혼인 의사 중요 결혼생활 의지 등 증명 필요

Q.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15년차인 47세 남자입니다. 저희 부부의 결혼생활은 사실 이미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서로 별거를 한 지도 7년이 넘었고, 교류도 전혀 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은 애정은 전혀 없고 분노만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결혼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것은 서로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이혼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8년전 쯤에 바람을 피운 적이 있어서 이런 경우, 저는 이혼신청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사실인가요?



A. 안녕하세요. 오재민 변호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혼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이혼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몇 개국 되지 않는 '유책주의'를 따르는 나라입니다. 즉, 이혼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혼인 당사자는 이혼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유책주의와 반대인 것은 이른바 '파탄주의'로서 결혼생활이 이미 파탄 났다고 여겨진다면, 결혼의 두 당사자 누구라도 이혼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고, 이는 이혼을 제한하고,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를 우리 사회가 더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기존의 모습과 상반된 판례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3므568)을 통해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유책배우자라 할지라도, 상대방 역시 결혼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갈 생각이 없다면, 이혼신청이 가능하다는 취지일 텐데요. 질문을 주신 분의 사정이 상기 판례의 취지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여겨지므로, 상대 배우자의 현재 결혼생활에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이혼을 신청할 수 있는 경우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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