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가 24일 인터넷 괴담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9·12지진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300만 주민의 대표인 도백이 지진 진앙지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여기에 왔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24일 9·12지진의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부지1리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날 또다시 강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인터넷 괴담을 불식시키고,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지키기 위한 김 지사의 결단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부지1리 마을회관에서 김 지사를 만난 마을 지도자를 비롯한 30여 명의 주민들은, 2시간여 이어진 간담회 시간 동안 지진에 대한 공포나 불안한 모습을 전혀 엿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차가운 방에서 하룻밤을 묵을 김 지사의 불편한 잠자리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6시 30분께 면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마을을 방문한 김 지사는 주민들과 큰절로 인사를 나눈 후 피해 상황과 건강상태를 일일이 물어봤다.

또 주민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고, 신속한 피해복구로 불편을 최소화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대처 매뉴얼 정비 등 다양한 대책 마련과 이번 지진으로 나타난 법적,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조속한 개선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는 저녁 식사로 미리 준비해온 라면과 김밥을 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으면서도 이어졌다.

간혹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지는 등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지진 진앙지 마을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강한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우는 김 지사의 위로와 격려의 말에 불안감은 눈 녹듯 이미 사라져 버렸다.

특히 대화를 나누는 도중 발생한 규모 2.5의 여진을 느낀 주민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처럼 지진의 규모를 맞추는 등 지진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는 경주가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 출향 인사들에게 도지사가 자고 갈 정도로 안전하다고 전해 줄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지진극복을 계기로 행정과 주민이 한몸이 돼 서로 신뢰성을 갖고 움직이면, 경주와 대한민국 안전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최양식 시장도 참석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이제부터는 피해 복구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진앙지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김 지사의 결단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의 안정과 피해복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관용 지사는 부지1리 방문에 앞서 지진으로 길이 솟아오르고 주택 벽면이 갈라지는 등의 피해를 입은 내남면 비지리 반동마을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주민들을 위로 했다.

김 지사는 지은 지 4년밖에 안 된 주택의 균열이 심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며 자신을 껴안고 통곡을 한 박원자(81) 할머니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주말을 맞아 불국사와 첨성대 방문을 시작으로 실시 된 김 지사의 이날 민심 챙기기 현장 행보는 오후 9시께 부지1리 마을회관 조그만 방에서 직접 이불을 펼치는 김 지사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 끝났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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