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노란사랑가, 90.9x56.5cm, 한지부조에 채색, 2017.1, 김동광
경주 라우갤러리는 새해를 맞이해 한국미를 담은 작품을 선정해 전시하고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 전시 중 1월은 옻칠과 자개의 미학이었다면, 2월은 한지의 미학을 만나볼 수 있다.

라우갤러리는 한국적이며, 세계 속에 인정받고 있는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대구예술대학교 김동광 교수를 초대해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전시회를 한다.

호산 김동광은 회화의 기본이 되는 화면을 한지(韓紙) 부조(浮彫)로 제작해 일상사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며, 특히 우리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새 등을 현대의 인간사에 비유해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표현을 화폭에 담아 왔다.

그의 작품에는 한 쌍의 남녀가 찻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있는 풍경이 자주 삽입된다. 그런 모습은 흔히 집안 풍경이나 한밤중에 휘영청 밝은 달이며, 매화꽃이 만발한 화병 속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서로 마주하며 상대방의 눈을 향하고 있는 모습에서 소박한 인간생활의 해학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삶-달빛사랑, 90.9x73,5cm, 한지부조에 채색, 2017.1, 김동광
그의 작품 기저(基底)에는 이같이 한국 전통 민화에 담긴 소박하고 담백한 표현 외에 해학과 유머가 담겨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자아내게 한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일그러진 지붕의 형상 속에 알록달록하게 오방색으로 덮은 기와의 색깔은 인간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서정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해 모든 사람에게 공감케 하고 있다.

김동광의 작품 속에서 표현된 공간 개념과 사물에 대한 지각은 어느 한, 두 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화면 전체에 자유자재로 포치(布置)하거나 변형해 표현하는 이른바 ‘지각(知覺), 공간의 자유 표현’이랄까, 과감한 표현의 강조와 생략이 여느 작품에서 비교할 수 없는 특이한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시각적이면서도 공간의 자유를 만끽하게 한다.

삶-사랑가, 46.5x45.5cm x 2, 문+한지부조에 채색, 2017.1, 김동광
다시 말해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한국회화의 다원시각(多元視覺)에 입각한 것은 분명하지만, 전형화된 조선 민화의 화풍보다 해방된 차원에서 소재들이 도입되고, 공간 개념의 설정이 자유롭게 구사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점에서 김동광의 회화는 동양의 도가(道家)에 뿌리를 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사전에 도가를 인지하거나 도(道)에 심취해 이를 통해 실천하려고 했다기보다 거의 본능적으로 체현화(體現化)된 차원에서 무위(無爲)를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한지 부조작업은 현대 미술의 핵심 중 하나인 모든 종류의 ‘재질감이 갖는 언어성’에 대한 발견이라는 점에서 한지의 물성(物性)이 갖는 현대의 메시지를 번안(飜案)해온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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