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장애인 체육대회를 마치고 선수들과 함께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한 여름 내려쬐이는 뜨거운 태양 빛 아래 사람들이 길게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하려면 한 시간도 더 기려야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휠체어를 끌고 문 앞에 갔더니 표를 사지도 않았는데 다른 문으로 먼저 무료입장을 시켜준다. 여기뿐만 아니라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도 그런 배려를 해주고 있었고 거의 모든 관광지에 장애인은 우선 입장되고 관람료도 받지 않았다. 유럽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장애인에 대해 이정도의 배려는 하고 있다. ...
오늘날 농업은 도전과 함께 막대한 경제적 기회앞에 서 있다. 우리 농업도 존재가 미약해진 채 개방화와 기후변화에서 위기를 맞고있다. 통계청의 2010년 농림어업 총조사 결과는 2010년 농가인구 306만 2956명 중 50대이상이 61%다. 농가인구 3명 중 1명(31.8%)이 65세를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경영체로 거듭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인구유입이 절실하고 그 정착을 위해 소득과 정주요건이 보장돼야 한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젊은 층들이 농사짓고 전원생활을 위해 귀농귀촌을 선택하고 ...
춘분이 지나고 기나긴 겨울이 물러갔다. 꽃망울이 맺혔다. 봄의 시작이다. 곧 경주시에서 주관하는 벚꽃축제가 시작된다. 우리 농민들도 본격적으로 올해 농사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못자리 준비에 바쁘다. 하지만 이미 고령화로 접어든 우리 농촌은 농가부채로 한숨만 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변화와 개혁, 개방이라는 거센 파고는 농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으며, 농어업·농어촌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 생산 및 유통원가 상승, 지구온난화 및 이상기후 등 갖은 악재가 우리 농어민들의 시름을 더한층 깊게 하고 있다...
구룡포가 거듭나고 있다. 과메기는 그렇다 해도 울릉도로 소문난 오징어와 영덕이 최고라던 대게도 오히려 구룡포항에 더 많다는 사실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외지인들이 몰리는 구룡포 도로는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건설됐다. 구룡포 100년이 시작된 이 도로는 초대 김용준 창주면장과 도가와 야스브로(十河彌三郞)라는 일본인에 의해서다. 1934년에는 그의 차남 김재하 면장이 다시 도가와 야스브로와 대보로 가는 도로를 개설하면서 호미곶도 가까워졌다. 어촌으로서 구룡포의 변화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단언하기는 곤란하지만 고...
'다 좋은데 예산이 없어서…' 공무원들이 곧잘 하는 말이다. 예산은 공무원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같이 잘 받들고 잘 지키고 잘 써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고 시민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기껏 '예산이 없어서…'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영 거시기하다. 이런 공무원은 시민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았다는 표시다. 그것도 모르고 마치 자기 말이 다 좋은데, 예산만 된다면 뭐라도 될 듯이 날뛰었다간 낭패 보기 일쑤다. 그러나 창의적인 공무원은 '예산타령'을 하지 않는다. 그는 주어진 예산에 최대의...
문화재는 보이는 것만이 문화재가 아니다. 유형과 무형이 어우러져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어야 문화재가 계승 보존된다. 경주는 문화재 분포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고대도시다. 그런데 문화관광 도시로 홍보하고 역사도시의 재현을 위해 노력하지만 문화재를 즐기는 시민이 미비해 아쉽다. 경주에서 신라 토기를 사용안하면 누가하나! 신라 토기는 정선된 태토로 빚어 고온에서 구워 흡수성이 거의 없고 두드리면 쇳소리가 날 정도의 단단한 토기다. 일반적으로 신라시대 경상도에서 생산된 회청색의 광택없는 토기지만 밀폐된 가마에서 1천200℃ 이...
이카로스는 새의 깃털을 실과 밀납으로 엮어 날개를 만들고 그 날개를 양팔로 퍼덕이며 하늘로 올라갔다. 그런데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밀납이 녹아 땅으로 추락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일화는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 의 "변신이야기(Metamorphoses)"를 통해 전해진다. 시인은 여기서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라는 표현으로 이카로스를 묘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제조업체 선텍(Suntech·중국명 상더·尙德)의 창업주이자 '태양왕(Sun King...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 가운데 '향약(鄕約)'이 있다. '착한 것은 서로 권하고(德業相勸), 잘못한 것은 서로 고쳐 주며(過失相規), 예의로써 서로 사귀고(禮俗相交),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患難相恤)'라는 이 향약은 곧 공동체의 도덕률이자,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을 엿볼 수 있는 확실한 증거이다. 포항지역에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포항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기업들과, 시민들이 전하는 성금과 위문품을 비롯한 이웃사랑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가 그동안 '감사하기운동'을...
시리도록 눈이 부신 날 우리 문화를 만날 때는 차라리 두 눈을 살며시 감아 보자. 눈을 감고 엄습해오는 지루함 속에서 내 마음 깊숙한 곳 소리 없이 들려오는 전통가락에 귀 기울여 보자. 그러면 분명히 절로 어깨춤이 추어지고 '얼쑤'하는 추임새 또한 절로 나오지 않겠는가! 몇 해 전에 소백산을 오른 적이 있다. 비로사를 지나 비로봉에 도착하여 한 숨 돌리고 연화봉을 향할 적에 능성에 지천으로 깔린 이름 모를 풀꽃을 보며 우리 꽃의 이름을 모름에 심히 부끄러웠다. 꽃들은 저마다 이름을 가졌다며, 또한 저 하늘 푸르른 별들과 ...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를 '3F의 시대'로 표현했다. 3F란 가상(Fiction), 감성(Feeling), 여성(Female)을 의미한다. 강인한 힘과 통솔력, 권위주의로 대변되는 남성 리더십의 시대가 가고 부드러움, 포용력, 배려와 공감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 리더십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첫 여성 대통령의 시대를 맞았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신라의 진성여왕 이후 1천년 넘어 탄생한 한반도의 첫 여성 통치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미 많은 여성이 전 세계 ...
농어업유산제도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전통적 농업제도, 생물다양성, 문화적 다양성 등이 부적절한 개발 전략 등으로 위협받자 이와 관련된 역사성 있는 문화, 경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자원을 발굴, 보전해 농어촌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2년 도입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IAHS)다. 농림어업인이 문화적, 농업적, 생물학적 환경에 적응, 100년이상 오랜기간 형성, 진화해 보전·유지·전승할만한 가치있는 전통과 농어촌 경관 시설물과 장소 및 마을 등을 농어업 유산이라고 말한다. 시설물과 장소, 마을 등과...
박근혜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직용사들의뜻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1999년 발생한 제1연평해전 이후 일부 몰지각한 정부에서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을 위로하는 각종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 군의 주요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헌법의 정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군통수권제도는 국가형태가 군주 공화국이냐 혹은 단일 연방국이냐에...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한파가 유난히 지독하고 잦다. 기후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 한파만큼이나 민생현장에서 접하는 서민경제 또한 살을 도려내듯 아프고 차갑게 가슴을 파고든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 탓이다. 특히 철강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산업이다. 이 때문에 포항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철강도시이지만 지역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가 나빠지면 중소기업과 서민 등 약자들이 직격탄을 맞기에 민생현장의 고충이 더 아리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위기는 우리 곁에 늘 상존했었다. 오히려 위기의 시간들...
길을 가다보면 손에 먹을 것을 들고 먹으며 걷는 아이를 보는 것이 이제 미국에서만 있는 특이한 광경은 아니다. 학교나 학원가는 길에도 평균 2~3개의 편의점을 만나게 되고, 교통비 하라고 충전해 준 교통 머니만으로도 아이들이 과자와 음료수들을 손쉽게 사먹을 수가 있다. 또한 조기교육 열풍에다 독서의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잘 먹고 안 움직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밥만 먹으면 나가 놀던 우리 어렸을 때의 모습은 도시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우리나라도 아이들의 비만인구가 해...
요즈음 시민들 중에는 포항에 설립 예정인 외국인학교가 설립마저 못하고 표류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00일보를 위시한 지역 언론들은 한결같이 '좌초위기', '일보후퇴' 등의 문구를 나열하면서 포항외국인학교 설립이 보류되거나 재검토되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0년 6월 경상북도교육청으로부터 포항외국인학교 설립 계획이 승인을 받은데 이어 예산도 어느 정도 확보되었고, 최근에는 실시 설계까지 완료되었다고 하는데, 난데없이 보류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
어느 등산복 상점 앞을 지나는데 거대한 호랑이 박제가 서 있었다. 볼거리 겸 상점 광고를 목적으로 전시한 것으로 보였다. 등산객들은 저마다 진짜냐 가짜냐 확인 해 보고 진짜라는데 감탄들을 하며 곁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거대한 몸집에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자세는 가히 백수의 왕자라는 명예가 부끄럽지 않을 만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중년 남자의 말은 나를 실망과 함께 감탄을 느끼게 했다. "이거 억지로 가죽만 늘린 새끼네, 꼬리를 봐라. 60센티 조금 넘겠다" 그때야 나도 꼬리를 주목했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정말 꼬리...
농아인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차가 막 떠나려는 순간에 친구는 재빠르게 열차에 올라탔으나 내가 타기 직전에 그만 차문이 닫히는 바람에 나는 열차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얼른 수화로 말했다. "다음 정거장에 내려서 기다려라!" 친구는 간단하게 "알았다"고 답하고 우리는 정확하게 다음 정거장에서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 다시 만났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많이 당황할 수도 있는 상항이었지만 수화는 이럴 때 음성 언어보다 오히려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이 된다. 수화는 언어다. 그것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어설픈 손짓...
최근 출판계 소식에 의하면,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 저서인 '군주론'이 여러 판본으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고, 각종 해설서도 출판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이 정치학 고전에 대해 높은 관심은 대학시절 정치학도에겐 기쁜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한편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 갑자기 마키아벨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까? 정치학 고전에 대한 교양을 높이기 위한 욕구 때문일까? 만약 그렇다면 왜 그 많은 정치학 고전 중 하필 마키아벨리일까? ...
지난 겨울엔 눈도 많았다. 그러나 봄은 겨울 폭설에 자신을 양보하지 않고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파릇파릇한 생명체의 존재를 알리고 생명의 태동을 말없이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위해 전국은 대선 열기로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52대48의 결과로 박근혜정부가 탄생되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정부조직법개편을 국회에 상정한지 두 달 가까이 표류하다가 최근 통과되었다. 새 정부 시작 반년은 흔히 허니문 기간이라 말할 정도로 언론과...
최근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또래의 소녀들을 성매매를 시키고 상대 남성들을 협박하거나 감금·폭행해서 돈을 갈취한 사건이 각 포털 사이트 사건사고 란에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강도 등 흉악범죄라 할 수 있는 중죄를 지은 청소년은 성인 범죄의 1~1.5% 정도이며 발생건수는 2004년 1천708명에서 2009년 3천182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5년 사이에 무려 53.7%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청소년의 각종 범죄의 재범율 또한 2008년 25.8%, 2009년 32.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