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가 훌쩍 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또 한해는 어김없이 왔다. 습관처럼 맞이하는 한해의 初入에서 문득 작년 겨울에 떠난 철새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진짜 주소가 어디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구랍 27일자 本報 4면에는 ‘무소속단체장 한나라당 입당설 무성’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었다. 이미 예상했던 것이긴 하지만 어쩐지 씁쓸했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것말고는 필자에게 어떠한 마음의 동요도 주지 못했다. 대다수 국민들 역시 ‘이하동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새삼스런 일이 아닐 ...
노벨의 일생은 행복하지 못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서 큰 돈을 벌었지만 비난도 많이 받았다. 대량살상 전쟁무기를 발명한 ‘죽음의 상인’이란 소리도 들었고, 두번의 실연으로 마음을 크게 다쳤다. 그 충격이 어찌나 컷던지 그는 63세를 사는 동안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그는 ‘세상을 파괴한 죄’를 통감하면서 “다시 태어난다면 결코 폭탄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고, 문학인이 되겠다” 했다. 그는 죽기 1년전 유언장을 고쳐썼다. 조카들에게 상당부분 나눠주기로 돼 있던 재산을 노벨상 기금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
지난해 12월 29일을 기점으로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 ‘장기곶’이 ‘호미곶’으로 공식명칭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에서 장기곶으로 적어왔던 명칭이 호미곶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 곳의 지명은 그동안 많은 곡절을 겪어왔다. 조선시대에는 ‘달배곶’ 혹은 ‘호미곶’이었다. 울진출신의 풍수학자 남사고와 육당 최남선은 이 지역을 ‘호랑이꼬리’라 했다.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부분이고 이곳은 호랑이꼬리라는 것이다. 한반도의 모습이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를 향해 포호하는 호랑이의 현상이다. 두만강부분은 오른쪽 앞발에 해당하고 신의주...
21세기는 특히 모든 산업의 작동원리나 과정, 궁극적 목적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맞물려 있는 사회다. 따라서 친환경적이지 못한 산업은 도태를 면할 길 없다. 그렇게 본다면 굴뚝없는 산업 관광산업이야말로 지식정보산업과 함께 미래산업의 총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구미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경북의 중추도시로서 나름의 생산성을 갖추고는 있지만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보다 윤택한 도시로 도약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 점에서 구미시가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관광정책의 난맥상은 지자체의 향후 향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
포항시내를 걷다보면 가로의 건물에 나붙은 간판들이 도시 미관이나 통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자치단체가 나서서 가로의 간판 통일화 작업과 거리에 어울리는 모양을 갖추도록 지도하고 단속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울긋불긋한 간판들을 무분별하게 내걸어 놓으면 더 잘 눈에 띌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인 만큼 건물의 색상이나 크기에 따라, 또는 특정한 거리마다 간판의 모양과 글씨체 등을 통일하는 작업을 벌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얼마전 ‘경북일보’에서 올해 경북지방 지진발생 건수가 역대 최고라는 기사를 읽었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데다 특히 경북동해안지역은 지진 다발지역이어서 지진대비책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학계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포항과 경주주변 양산단층의 활성화여부로 앞으로 이 지역을 중심으로 또 다시 큰 지진이 일어날 우려가 높아 건물정밀진단 및 내진설계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한전과 정부측에서는 이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이 아니라 원전을 건설했다지만 역사기록에 따...
유난히 개업이 많은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기저기서 홍보를 알리는 노래소리가 요란하다. 이들은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하루 종일 치어들을 동원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흔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본인들에게 광고효과는 있을지언정 가까운 이웃들에게는 고통에 가까운 소음이란걸 알았으면 한다. 어떤 가게는 2,3일 연달아 홍보전을 펼치면서 이웃에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다. 시내 상가 밀집지역에는 폐업하는 가게에 뒤이어 개업하는 가게가 들어선다. 이들 가게들도 개업하는 날이면 하루 종일 시끄럽다. 물론...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의 해맑은 시상보다 더 눈부신 임오년 새 해가 솟아올랐다. ‘마이더스’의 손길처럼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찬란한 서기를 대지에 부려놓았다. 이 세상 두두물물에게 더 이상의 은총이 있으랴. 태양이 떠 있는 한 희망도 빛난다는 ‘쉴러’의 외침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고장 영일만은 가장 일찍 해가 뜨고 연오랑과 세오녀의 거룩한 정기가 서린 유서깊은 땅이다. 올해도 호미곶에서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열렸다. 태고의 몸짓같은 일출을 보며 어찌 간절한 우리...
염색약을 몸에 주사하면 대부분의 조직은 염색이 되지만 뇌조직의 미세혈관은 물들지 않는다. 뇌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수상한 자’들을 걸러주는 ‘보초’가 있기 때문. 그런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이 보초도 정신을 못차려서 ‘불순분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멍청하게 보고만 있다. 영국 ‘하반스 카푸어’박사팀이 난치성 피부질환을 정신과 치료로 고치고 있다. 긴장상태가 오래 계속되거나 심적 고통을 심히 받으면 머리털이 빠지고, 얼굴에 기미 여드름이 많이 생기는데, 건선(乾癬)이나 아토피성 습진 같은 난치성 피부병도 그 원인이 스...
온나라가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에 분주하다. 돌이켜보건데 참으로 되뇌이기 싫은 한해였다. 윗물은 윗물대로 아랫물은 아랫물대로 나라 전체가 온통 흙탕물 투성이였던 한해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벌써 마음 속에서 암울했던 신사년 한해의 잔상(殘像)들을 서둘러 지워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새출발은 과거를 덮어두고 가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항상 오늘의 교훈으로 되살리면서 가는 것이 새출발의 진정한 의미다. 피한다고 우리가 발디딘 현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21세기의 원대한 꿈 `...
한해를 보낼 때마다 사람들은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올해에는 말이 달라졌다. 대학교수들이 모여 선정한 말중에서 ‘五里霧中’이라는 고사성어가 올해를 대변하는 말이라 한다. 안개가 五里나 끼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신사년 한 해의 모든 중요한 일들이 앞을 분간할 수 없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없고, 지향해야 할 방향마저 종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국가적 위기라 하던 IMF가 끝났지만 그래도 경제침체는 계속되었고 실업인구는 늘었으며 고용창출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우리경제가 오리무중을...
“참 좋았다(Es ist gut)’독일 철학자 칸트가 남긴 최후의 말이다. 그런데 칸트는 죽기 바로 직전 포도주 한잔을 마셨다고 한다. 포도주맛이 좋았는지, 살아온 인생이 좋았다는 것인지, 칸트의 속마음은 알수없으나 죽어가면서 ‘좋았다’는 말을 남길수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인생이란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는 수없이 많다. 각자 나름대로의 ‘인생 정의’가 있을 것이다. 베르네르는 “인생은 평화와 행복만으로 시종할 수 없다. 괴로움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고 투쟁이 필요하다. 괴로움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슬퍼하지도...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출마예정자들은 얼굴알리기에 열심이었고, 사전선거운동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었고, 경고를 받은 사례도 없지 않았다.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시비 또한 말썽거리가 되고 있다. 단체장의 선심행정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선거가 임박하면 각종 건설사업이 남발된다. 일찍 착공해야 할 공사를 미뤄놓았다가 선거에 활용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단체장들은 주로 경로당을 무더기로 지어주고 마을회관을 건립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가부장제도하에서 표를 좌우하는 사람은 주로 ‘집안의 어른’들이므로 그 票心...
안동시의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던 셔틀버스를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집단민원의 발단은 정부의 법해석에 있다. 사실 정부의 법해석이 지나치게 확장된 감이 없지 않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버스 등 운수업체들의 경영난을 들어 법을 개정하고 올 6월부터는 일체의 셔틀버스운행을 금지시켰다. 개정된 여객운수사업법 제73조가 규정하고 있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금지’조항은 법에 의해 공인된 운수관련 업종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 등...
얼마전 길거리 등지에서 신용카드 발급 신청을 받은 카드 모집인이 신청자의 개인 정보등을 몰래 빼내 1억원이 넘는 거액을 가로채 적발됐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신청인으로 부터 받은 회원가입 시용카드 발급 신청서를 복사하여 개인정보와 비밀번호 등을 이용, 거액을 가로챘다고 한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인터넷을 통한 대출과 현금 서비스, 메일 뱅킹 등은 실물카드가 필요없기 때문에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으로 현금을 손쉽게 빼고 또 상품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붐비는 길거리나...
가뜩이나 앙상한 도심이 왜 갈수록 녹색공간을 잃어가는지 이제야 알수 있을 것같다. 불법, 편법에 능숙한 건축주와 감시를 소홀히 하는 공무원들과 힘 없는 법규 사이에서 오늘도 대구 도심에는 조경의무를 내팽개친 건축물들이 무원칙하게 솟아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공간이 점차 사라져가는데도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생활에 좇기다보니 무감각하게 살아온 게 사실이다. 기껏해야 일부 환경단체의 몫인냥 여기는 게 고작이다. 그렇다고 환경단체 역시 이 부분에는 제대로 시선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래 저래 도심은 대책없이 녹...
지금은 교육의 주류가 기능 기술교육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예전의 교육은 그 중점이 인성교육에 있었다. 동몽선습, 명심보감, 소학 등 청소년기의 교과서는 대부분 心性을 연마하고 인간 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우선 인간이 되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같은 인성교육을 바탕에 깔고 그 다음 배우는 것이 詩經, 歷史, 중용을 거쳐 논어, 맹자, 대학, 한비자 등 정치학쪽으로 발전돼나갔던 것이다. 科擧에서도 人性을 시험하는 과목을 중요하게 여겼다.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인간성에 문제가 있으면 급제를 하기 ...
20세기 한국 최초의 문학동인지 ‘창조’가 1919년에 나왔고, 1920년의 ‘폐허’. 1922년의 `백조’가 뒤를 이었다. 1926년에 창간돼 양주동, 심훈, 주요한, 홍난파, 정지용, 최남선, 염상섭 등이 참여한 ‘문예시대’가 최초의 종합문예지였는데, 겨우 2호를 내고 사라졌다. 29년 평양에서 양주동이 ‘문예공론’을 냈고, 방인근, 이광수, 정인보, 이은상, 김억, 김소월, 이장희, 김동인, 이태준, 현진건 등이 글을 썼는데 3호가 끝이었다. 34년 박용철, 김영랑, 유치환 등이 등단한 ‘문학’이 나왔으나 이 또한 3호...
연말을 맞아 각종 송년모임이 잦아지면서 이에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유흥가 주변은 밤만 되면 송년모임 참석을 위해 밀려드는 차량으로 도로가 복잡할 뿐 아니라 취객들의 고성방가 등으로 인근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흥가 주변이나 식당주변은 송년모임 차량들의 무분별한 주차로 통행마저 어려워 불편해 하고있는 실정이다. 송년모임은 한 해를 정리하고 다시 한해를 설계하기 위한 모임이지만 이런 취지는 대부분 퇴색되고 1,2차 등으로 이어지는 과도한 음주로 다음날 까지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
신사년이 저물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온 것처럼 새해를 맞이하던 게 엊그제 일 같건만 누구에게 빼앗긴 것 마냥 덧없이 가버리고 말았다. 돌아보면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는 한해 내내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온통 ‘리스트’ 와 ‘게이트’로 밤낮을 보냈다. 그야말로 루머가 세상을 뒤덮었다. 오죽했으면 ‘五里霧中’을 올해의 한자로 선정했을까. 한마디로 정치 지도자들과 법원, 검찰은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했던 한 해였다. 이러한 일에 부대껴 오다보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훌쩍 365일이 지나고 말았다. 그런데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