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지성인들은 생명에 대해 감성적이다. 톨스토이는 ‘말은 철회할 수 있으나 생명은 도로 찾을 수 없다’ 했다. 성서에도 온 천하를 얻어도 목숨을 잃는다면 무엇이 유익하냐고 묻고 있다. 그러나 바람소리보다 덧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시인의 메타포는 허무주의적 시각이다. 장자는 생명은 내 것이 아니라 천지의 위순(委順)이고, 자손 또한 내 것이 아니라 천지의 허물 벗음이라 했다. 생사는 한데 묶어놓은 노끈과 같다는 카오스적 비유도 있다. 같은 주제로 과학자들은 유사(有史)이래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몇 해 전 한 신용카드 CF에서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가 씨를 뿌리면서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만발했다. 출판계에서도 ‘부자’ 관련 서적이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며 ‘부자 되기 열풍’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는 대형 서점 재테크 코너로 고객들의 발길을 옮기게 했고, 각종 재테크 강좌에도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최근에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동호회까지도 부동산을 비롯한 재테크 전문가를 초청하여 ‘부자되기’ 강좌를 열고 있는 추세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무엇일까? 좀더 자동화되고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는 IT기술 또는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지난1998년 유비쿼터스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미국 제록스 연구소의 와이저 소장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메인프레임, 퍼스널컴퓨터에 이은 ‘제3의 정보혁명’의 물결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유비쿼터스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최대 화두로 다뤄지고 있으며, 유비쿼터스의 실현으로 실세계의 각종 사물들과 물리적 환경 전반 즉, 물리공간에 걸쳐 ...
생존경쟁에서의 패자는 퇴영되거나 끝내는 멸망하고 만다. 동물의 세계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이지만, 인간사회도 그렇다. 역사는 승자들의 무용담이요 서사시인 것이다. 개인이든 도시든 국가든 대결과 경쟁에서 패한 자들은 쇠잔되거나 끝내는 소멸하고 만다. 자연과의 대결에서 폼페이는 화산폭발의 잔해에 묻혔고, 스파르타군의 목마 술책에 속아 패망한 트로이는 전설의 도시가 됐으며, 중세 북유럽의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시대 맹주였던 뤼벡은 이웃 도시와의 경쟁에서 밀려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종교개혁시대 루터 성도(聖都...
의과학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과학적인 재현성일 것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연구방법론상 윤리적이냐 하는 것이다. 연구의 윤리성은 그동안 점점 강화되어 실험동물에게도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며, 연구자들은 실험 전 실험방법의 윤리성에 대하여 규정을 준수하고 공인된 기관에서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은 처음에는 난자 획득에 대한 윤리성 논쟁에서 시작되었다. 윤리는 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이기위해서 지켜야 만 하는 자연의 도리를 말 함이다. 그러나 윤...
무심한 세월 속에서 사람들은 무심히 살다가 어느 날 죽게 된다. 육순에 접어들어 그동안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무언가 회고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정작 그 회고에서 의미있는 걸 찾아보고자 하면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것이 범상인들의 인생이다. 회고록을 쓸 수 있는 자는 파란만장한 삶을 치열하게 산 사람이거나, 아주 비범한 사람이다. 비범한 사람은 주위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상은 매우 운이 좋아 많은 돈을 모았다든지, 출세하여 세간의 부러움을 사는 친지나 지인들이다. 그밖의 사람들의 삶이란 그렇고...
12월이 심상치 않다. 국가정체성과 사회정의가 흔들리면서 극심한 ‘아노미’적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칼을 들이대다 난장판이 된 국회, 엄동설한에 거리를 헤매며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 학교폐쇄도 불사하겠다는 사학연합, 교육을 살려야 할 교육부장관은 ‘법대로 처리 하겠다’는 엄포다. 교육이 법으로 되는 일인지 묻고 싶어진다. 맥아더 동상 철거까지 간 색깔논쟁,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교수가 거리를 활보하고, 부정부패의 몸통(?)이면서도 시효만료로 풀려나는 고관대작, 도청사건에서 보인 정치인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악덕...
유례 없이 초겨울 동장군이 삼한사온의 전통도 무시한 채 기승을 부리는 癸酉歲暮(계유세모)다. 인간사에서는 멀리 내다 볼수록 지금 당장에는 욕을 더 많이 얻어먹게 되어 있다. 성인군자며 위대한 통치자는 거의다 그랬다. 그들 대다수가 귀양이나 옥살이를 해야 했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도 했다. 그리스도는 물론 베드로며 그의 열두 제자들도 오늘날에 기독교가 이렇게 지구 정 반대의 땅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까지 이토록 성왕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대한 업에는 거대한 핍박이며 반대가 가로막는다. 공자의 제자 자하(子...
싱가포르는 독립한지 반세기가 채 안돼 작은 것이 강하고 아름답다는 통설을 입증한 아시아의 도시국가가 됐다. 사람이나 국가나 상징하는 이름이 중요한가, 말레이 반도 최남단 교통의 요지 싱가포르는 말레이어로 “사자”라는 의미인데, 아시아의 한 마리 작은 사자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간 싱가포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수는 우리의 인천공항보다 무려 600여만명이 더 많은 3천만명을 넘어섰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을 비롯한 남아시아의 물류공급기지로서의 한 축을 형성했다. 남아시아의 물류 및 금융의 중심축...
얼마 전 주말에 영주 ‘선비촌’으로의 가족 여행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광주·전남지역 동남아 주부들의 ‘한국문화체험단’을 만나 함께 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다. 잠시지만 옆에서 본 이들은 맑은 눈을 가졌으며 착하고 순박하여 우리나라 여느 젊은 새댁과 다름이 없는 우리 오누이의 모습이었다.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문제였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나오고 해서 농촌 총각들의 결혼문제 심각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듯하다. ...
지난 주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우리나라 정책결정 과정에 귀감이 될 대비되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지난 11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받아들여 파업을 중지하고 자진 해산한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9일 사학법 개정안 표결과정에서 국회가 보여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후자는 우리나라가 과연 민주주의인지를 의심케 하는 눈살 찌푸리는 모습이었고, 전자는 민주주의 발전사에 획을 그을 결정이었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추진하는 행위가 보편화된 듯한...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가 제 실수예요. 마음 푸세요.” 평소답지 않은 공손한 저자세, 진심으로 노여운 마음을 풀어 주십사 빌고 또 빈다. 긴 통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말한다. “누가 알아준다고 그렇게 열심이야. 다음에 입장이 바뀌었을 때 누가 그렇게 해주겠어.” “절대 아니지. 그때 역시 내가 사과해야지.” “그래, 그럼 됐네.” 교정을 열심히 보았건만 놓친 부분이 있다. 그것도 한 둘이 본 것도 아닌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면이 다른데서 오는 사건이다. 가끔씩 생기는 이런 일에서 해결법은 하나밖에 없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필자가 항상 존경하는 어느 한 분에게 얻어들은 화두이야기가 있다. 어느 산골에 노파가 아름다운 딸과 같이 살고 있었다. 그 노파는 신심이 깊어서 산중 깊은 곳에 혼자서 토굴을 짓고 도를 이루고자 열심히 정진하는 한 청년을 알아보고 십여 년 동안이나 온갖 정성을 바쳐 시봉을 했다. 의복음식은 물론이고 철따라 보약과 상약 등을 마련하여 드리면서 어서 빨리 도를 깨쳐서 생로병사 희로애락의 욕망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우리들을 제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래서 어느 덧 세월이 흘러 10여년이 지나자 그 노파는 이제야 그 청...
사립학교법 개정을 두고 의장 단상 점거와 육탄전으로 국회가 난장판을 벌였다. 몸싸움과 멱살잡이하는 한국정치의 ‘정글’법칙에 또 한번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날치기로 통과했다. 어디에도 국회의원의 지성이나 선량(選良)다운 품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힘의 논리로 좌우되는 야만적인 ‘메커니즘’이 국회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며, 앞으로 예상되는 험한 파고는 더욱 우려된다. 이미 사학법인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인의 재산권 침해소지에 대한 ...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찡한 미담을 접했다. 최근 소록도를 떠나가신 벽안의 노(老)수녀님들 이야기다. 화제의 주인공은 마리안느(Marianne Stoeger?71)수녀님과 마가렛(Margreth Pissarek?70)수녀님 두 분으로,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졸업한 두 수녀님은 소록도병원이 간호사를 원한다는 소식이 소속수녀회인 ‘그리스도왕의 시녀회’에 전해지자 1960년을 전후로 외딴 섬 소록도에 발을 딛었다. 두 분이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도착한 당시 소록도의 상황은, 우리나라 전체도 그러했지만, 특히 척박하고 모두가 외면하는...
참여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네티즌들의 여론 주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의 비약적 발전이 기반이 되기는 하였지만, 참여정부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정책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네티즌들은 10대부터 70-80대까지 다양할 수 있지만, 주로 30-40대가 주종을 이루지 않나 추측된다. 이른바 386이라 부르는 30-40대의 의견이 사회를 주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노인들의 소외를 가져왔다. 요즘 사회의 분위기는 나이가 들면 고루하고 부패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
황우석박사가 만든 배아줄기세포가 가짜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한 MBC의 PD수첩 팀 때문에 전국이 시끄럽다. 모든 국민들이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실수로 인하여 연구에 전념하는 과학자들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에 대하여 신뢰도가 추락된 책임은 누가져야 하는지 또 PD수첩 팀이 진실을 왜곡시키면서까지 무리한 취재와 보도를 했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상도 많이 받은 엘리트 PD는 아직도 속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을 보고 필자는 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이 떠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울었나보다’로 시작되는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를 주절거리며 다닌 세월이었다. 봄부터 신입생 모집과 관련하여 별도의 업무를 분장하여 활동을 시작한 이래 각자가 맡은 일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하였다. 머리를 조아리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원서를 받을 날짜가 가까워오면서 긴장의 정도가 심해지는 가운데 11월 만추가 되었다. 바야흐로 국화가 활짝 핀 가을이 된 것이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하여 간곡하게 설...
반드시 불행하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그렇다고 행복하게 살고있다고 믿는 사람의 수는 많지않다. 이렇다할 불만이 없다고 해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니다. 권태나 우울을 못이겨 알코올과 마약에 빠지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 행복지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의 일인 것 같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인생 상담역 코언이 ‘행복공식’을 발표한 후 이 말은 세계적으로 번졌다. 우선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며 소유욕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얻게 되면 사람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못 사는 나...
음력 11월 2일인 오늘은 얼마 전 타계하신 아버님의 구십일세 되는 생신날입니다. 숙환으로 병실에 계시면서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자식이든, 누구에게든 힘들게 하지 않게 하시려고 애써 정갈하신 모습, 강건한 굳은 의지를 흩트리지 않으며 단아함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가끔은 훌훌 털어서 편안하게 자식들에게도 기대는 여린(?)마음을 좀 보여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으리만큼 너무나 곧으셨던 아버님! 그 인자하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 모습이 오늘은 무척 그립습니다. 혼란스런 8·15 해방시절을 거치면서 길거리에 넘쳐대는 불쌍한 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