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안보 이슈에 보수 후보 우위 이번에도 통할까

왼쪽부터 경북도지사 선거 더불어민주당 오중기·자유한국당 이철우·바른미래당 권오을·정의당 박창호 후보.
6·13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는 31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13일간의 전투에서 누가 웅도 경북의 미래를 이끌 지휘봉을 쥘 수 있을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뜨거움을 더해 가고 있다.

보수의 텃밭으로 일컬어 지고 있는 경북은 역대선거에서 보수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보여왔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급변하기 시작한 지역민심이 이번 6·13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상황이다.

특히 김관용 경북도지사 3선 제한으로 물러나면서 사실상 무주공산이 돼 버린 경북은 민선 시대 이후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자 4명의 후보들 중 최근 본보를 비롯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선두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어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맹추격에 나서면서 선거운동 초반부터 뜨거운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공약들 중 박창호 정의당 후보의 노동공약 외에는 별다른 변별력이 없는 데다 도정운영에 관한 책임마저 논할 수 없게 되면서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이슈를 찾기가 쉽지 않다.

미투운동·드루킹사태·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한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지방 이슈가 사라지면서 차별화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08년 40대에 처음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포항지역 국회의원 선거 2번과 2014 경북도지사 후보로 출전했으나 3전 전패를 기록한 전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 당시 포항북에 출마했던 오중기 후보는 5.79%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으며,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경북도지사에 출마해 14.93%,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12.71%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4번째 도전인 이번 6·13선거에서는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청와대에 사직서를 내고 경북도지사 후보출마를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예전과 같이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지지율이 수직으로 솟아오른 덕분이다.

실제 본보가 지난 18, 19일 이틀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PNR-(주)피플네트웍스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5월 21일 자 참조) 당시만 해도 23.7%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이후 일부 언론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30%를 넘어가는 지지율이 나오면서 초당적인 공략에 들어갔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본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40대 이하의 연령층에서 오중기 후보가 강세를 보였으며, 포항과 구미시가 포함돼 있는 동남 및 서남부권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오 후보 측도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포항과 구미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 공략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중기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 시기가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평화적 북풍’으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돼 선거일까지 이 같은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가 변수다.

무엇보다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북미정상회담이 오는 6월 12일 정상적으로 열리고, 국민의 마음을 확실하게 돌릴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만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함을 안고 있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후보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부터 일찌감치 경북도지사에 뜻을 뒀던 이철우 후보는 지난해 12월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후 줄곧 선두를 내달려 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후보경선이 끝나면 당연히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후반~40%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로 인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출마후보군에 대한 공천이 완료된 뒤 무더기 당원 탈당 사태와 무소속 출마가 줄을 잇고 있는 데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수의 텃밭인 경북에서마저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당황스러운 상태다.

여기에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미래당도 이철우 후보를 압박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철우 후보 측이 믿는 구석은 오로지 정통보수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전국적인 민주당 바람이 일면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경북지역만큼은 사실상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실제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21.73%로 18대 대선 당시 득표율 18.61%에 비해 경우 3.12%p 상승하는 데 그쳤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80.82%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48.62%에 그쳐 무려 32.20%p가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득표율 상승 폭은 사실상 미미한 상태였다.

결국 경북 민심은 보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유한국당 공천 이후 무소속으로 떠난 민심을 되살리는 것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상승한 데 이어 선거 전날인 오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이후 몰아칠 ‘또 다른 북풍’을 어떻게 이겨낼지가 변수다.

△권오을 바른미래당 후보·박창호 정의당 후보

‘도무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본격적인 경북도지사 선거출마에 앞서 권오을 후보가 꺼냈던 이 말은 이번 6·13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9대 대선에서부터 ‘새로운 보수’를 표방해 왔지만 정통보수의 텃밭으로 불려온 경북에서의 입지상승이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공천사태 이후 무더기 당원 탈당 사태 등이 야기되기는 했지만 바른미래당을 찾기보다는 대부분 무소속으로 전환하면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이 가속화되면서 부동층 중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울어가는 상황이 전개돼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또 국내 정국이 지방선거보다는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쏠리면서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통한 분위기 전환을 할 상황도 아니다.

상황은 정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군소정당의 한계치로 인해 정당 간 정책대결도 힘든 데다 국민적 관심이 선거보다는 남북·북미 관계로 쏠리면서 차별화된 정책대결을 통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올 방법조차 없어 발을 구르는 형국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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