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를 가다] 28. 문경새재 과거길
[핫플레이스를 가다] 28. 문경새재 과거길
  • 이재락 시민기자
  • 승인 2018년 11월 01일 21시 49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1월 02일 금요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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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과 호흡 맞추며 무르익은 가을을 걷다
황금빛 은행나무길.
과거 영남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서울 한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을 그때는 튼튼한 두 다리가 서민들의 유일한 이동수단이었을 것이다. 백두대간 산줄기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죽령과 추풍령, 문경새재 등을 넘어가야 했는데, 그중 문경새재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고 한다. ‘새재’는 조령(鳥嶺)이라고 한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이라고 한다. 길의 양 옆으로 뾰족하게 솟아 올라 있는 조령산과 주흘산은 많은 산꾼이 찾는 명산이기도 하다. 길을 걸으며 두 명산의 기암과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문경사과축제장 입구.
때마침 방문일은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문경사과축제의 마지막 날. 축제가 시작되면 보름 정도 진행을 하는데, 축제장에는 각종 볼거리와 먹거리, 다양한 체험거리가 손님들을 맞는다. 문경사과는 오미자 등과 함께 청정 문경의 대표 먹거리 콘텐츠이기도 하다.
사과축제장 전경.
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사과는 식이섬유가 많아서 몸속의 유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고, 동맥경화를 예방해준다. 고혈압 예방과 치료에도 좋고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가을에 수확하는 대표 제철 과일로서 오랫동안 우리에게 사랑받은 만큼 다양한 품종이 개발돼 있다. 축제장에는 이런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구경할 수 있고,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사과를 이용한 여러 가공품도 접해볼 수 있다.
수많은 인파들
문경새재길의 입구부터 ‘가을가을’한 풍경이 펼쳐진다. 길이는 짧지만 황금빛 노란 은행나무 길 아래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분주하다. 푸른 가을 하늘과의 선명한 보색 대비 그리고 선명한 가을 햇볕 아래에서 은행나무의 황금빛은 더 눈부시게 빛난다.
주흘관 앞을 지키고 있는 석사자.
제1관문인 주흘관.
문경새재길은 총 3개의 관문을 지나가게 된다. 그 첫 번째 관문이 주흘관이다. 사적 제147호로 지정돼 있으며 한가운데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성곽이 기다랗게 축조돼 있다. 1관문을 시작으로 트레킹의 종점인 3관문까지의 거리는 약 6.5km 정도 된다. 왕복하면 짧지 않은 거리지만 거의 평지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산책할 수 있는 길이다. 사실 미묘한 오르막길이라 종점에 가면 시작점과 고저차이가 제법 나긴 하지만 눈치를 채지는 못할 정도다. 샌들을 신고 가는 사람도 있고, 유모차를 끌고 가는 가족들도 많이 있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주흘관을 지나가면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을 만난다. 성인기준 2000원의 별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문경시가 제작을 지원해 약 2만 평 부지에 광화문, 교태전 등 다양한 조선시대 건물을 올렸다. 태조 왕건, 대조영, 대왕 세종까지 다양한 사극 드라마가 촬영된 장소로서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들어가 봄직 하다.
온통 강렬한 색으로 물든 단풍길.
문경새재는 문경의 대표 핫플레이스로서 사시사철 사람들이 많지만, 가을 단풍 시즌이면 특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비가 온 다음날 이어서 날씨는 더없이 깨끗하고, 약간은 서늘한 가을 날씨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고 있다. 대부분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있지만, 아이의 고사리손을 잡고 다니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도 많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족.
길의 대부분은 그늘에 덮여 있어 햇볕 걱정이 좀 덜하고, 전 구간 부드러운 흙길로 잘 정비가 돼 있어서 걷기에 아주 좋다. 양옆으로 심어진 나무들의 수종이 다양한 만큼 단풍의 색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길의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나 쉼터가 잘 마련돼 있다. 모두가 길의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는 아닐 것이다. 볕이 잘 드는 나무 아래에서 보내는 가족들과의 휴식은 길의 끝까지 걸어보는 것만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주막.
길을 걷다 보면 주막이 한 채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은 건물과 마당만 있고 운영은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었을 것이다. 지금같이 편리한 교통편이 없던 그 시절에는 오직 두 다리로 며칠이고 걸어서 이동을 했을 것이다. 이 주막은 각자의 목적과 사연을 갖고 이 길을 걷던 이들에게 한 잔의 술과 함께 지친 몸을 쉬어 갈 수 있는 휴식을 제공했을 것이다.
교귀정 일대.
길을 계속 걷다 보면 멋들어진 정자 건물이 하나 나온다. 이 건물의 이름은 교귀정으로서 조선시대 관찰사가 새로 부임할 때 인수인계를 받던 곳이라 한다. 정자 앞에는 용추정 계곡이 굽이치며 흐르고 있다. 계곡의 기암들 사이로 흐르던 계곡 물은 푸른빛이 감도는 용소를 만들어냈다.
계곡
시원한 계곡과 함께하는 길이라 걷기에 더욱 즐겁다. 붉은 단풍나무가 계곡과 어울리는 풍경은 마치 어느 화보에라도 나올법한 그림을 연출한다.
소원 돌탑들
두 번째 관문인 조곡관에 다다르면 가득 쌓인 돌무더기를 볼 수 있다. 돌무더기라고 하기에는 그 무게감이 가볍지가 않다. 이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담아 하나하나 놓아둔 돌이 이렇게 탑이 되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이 길을 걷던 어느 선비는 장원급제를 기도하며 돌을 하나 놓았을 것이고, 아이를 갖고 싶은 어느 여인은 옥동자를 낳게 해달라는 간절함을 하나 놓았을 것이다. 또 한양의 어느 장터를 향하던 봇짐장수는 장사가 잘돼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소원을 하나 남기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각자의 수많은 사연과 소원이 가득 쌓여 있다. 많은 소원이 놓인 이곳에 내 소원을 하나 얹어두면 왠지 그 소원이 이뤄질 것 같다.
제2관문인 조곡관
두 번째 관문인 조곡관에 도착한다. 조곡관은 전체 코스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곡관을 통과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는데 쭉쭉 뻗은 길쭉한 소나무 숲 사이사이에 쉴 수 있는 벤치와 데크, 널찍한 바위들이 많이 깔려 있다. 그리고 약수터도 있어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제3 관문까지는 약 3.5km이다. 이 길은 지금까지보다 약간의 경사가 더 있는 길이고, 갈수록 원점회귀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참고하자.
조곡관 뒷숲

전국적인 걷기 열풍으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새로운 둘레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중에 문경새재는 길의 역사와 유래가 깊다. 오랜 옛날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이 길을 걸어왔고, 지금 후손들도 그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 있다. 우리가 걸었던 시간대는 비록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함께 걸으며, 수백 년 된 나무와 산과 바위를 공유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섞어 볼 수 있다. 옛길을 걷는다는 것은 옛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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