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깁네
서둘러 강 건너간 사람에게 줄 옷 한 벌
마지막 가는 길 지키지 못한 마음 죄스러워
안과 밖의 사이를 깁고 있네
한날한시에 가자던 약속은 어긋났는데
곁에 있던 사람을 보내고도 눈물을 잊었네
머리카락 잘라서 머리맡에 놓아 주고
손톱 깎아서 손위에 얹어 주고
발톱 깎아서 발등을 수놓고 있네
삶과 죽음의 꽃이 만발한 상가
빛과 어둠을 닮은 노인
생이 허망하다는 걸 미처 몰랐을까 마는
함께 지키던 자리 이제 무엇으로 채울지 몰라
슬픔은 남은 사람의 몫이네
슬픔은 그저 산 사람의 몫일뿐이네





<감상> 수의(壽衣)를 깁는 것은 경계, 곧 삶과 죽음, 안과 밖, 빛과 어둠을 깁는 것입니다. 경계는 분리할 수도 곧할 수도 없는 지점입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삶을 가르쳐 줍니다. 함께 지키던 자리는 텅 비어 있으므로 생은 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날한시에 가자던 약속은 지킬 수가 없습니다. 부부 중에 먼저 떠나는 사람이 있기에 살아생전에 살갑게 잘 해드려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니 후회가 밀려오고 눈물도 잊습니다. 죽음은 삶에서 겪은 슬픔마저 모두 데려가기에, 슬픔은 그저 산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을 뿐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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