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가도멸괵과 바른말
[삼촌설] 가도멸괵과 바른말
  • 설정수 언론인
  • 승인 2019년 04월 22일 18시 1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4월 23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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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진나라 헌공이 괵나라를 치기 위해 순식이란 신하에게 물었다. “괵을 치려면 중간에 있는 소국 우나라를 지나야 하는데 좋은 계책이 없소” “우나라 임금은 욕심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말과 값비싼 구슬을 선물로 보내면서 길을 빌려달라고 하면 틀림없이 허락할 것입니다.”

순식의 말대로 명마와 구슬을 우나라 왕에게 보냈다. 명마와 구슬을 본 우나라 왕은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책사 궁지기에게 물었다. “선물을 받고 길을 빌려주는 것이 어떻겠나?” “진나라는 우리에게 길을 빌려 괵을 무너뜨린 뒤에 반드시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길을 빌려줘서는 절대 안 됩니다. 우리나라와 진은 이빨과 입술 같은 사이로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린 것처럼 괵이 망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위태로워 집니다” 순식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이치를 내세워 길을 빌려주지 말라고 말렸으나 선물에 눈이 먼 왕은 진나라에 길을 빌려주고 말았다.

진나라는 괵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마저 집어삼켜 버렸다. ‘길을 빌어 괵을 멸하다’라는 사자성어 ‘가도멸괵(假途滅괵)’은 이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나라를 잃고 달아나던 우나라 왕이 목이 말라 수행하던 신하에게 마실 것을 주문했다. 신하가 맛있는 술을 갖다 바쳤다. 배가 고프다고 하자 흰 쌀밥에 고기 반찬까지 대령했다.

왕이 물었다. “이 황망 중에 술과 진수성찬을 어찌 준비했느냐?”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신하의 대답에 황당해진 왕은 “어찌해서 미리 준비해 두었느냐?”고 물었다. “왕께서 피난하실 때 필요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럼 내가 망할 것을 알고도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느냐” “나라가 망하기 전에 제 목이 먼저 달아날까 두려워 그랬습니다.” 바른말을 했다가는 목이 달아날 염려 때문에 사전에 진언을 못 올렸다는 신하의 대답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른말 하는 신하를 아우르고 포용 하나냐, 못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갈린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리에 맞는 말을 하면 자리 보전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국민이 많다.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그르쳐지고 있는데도 고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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