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주 방화살인 사건과 묻지마 범죄
[특별기고] 진주 방화살인 사건과 묻지마 범죄
  •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9년 04월 22일 18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4월 23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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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jpg
▲ 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4월 17일 새벽 4시 25분쯤 진주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낸 후, 복도와 계단 등으로 대피하던 주민 11명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70대 남성 1명, 60대와 50대 여성 각 1명, 18세와 12세 여학생이 숨졌다. 나머지 6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화재로 인해서 연기를 흡입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주민 7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범인이 미리 흉기와 방화물질 등을 준비하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기다렸다가 살해하려고 철저하게 계획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범인 안인득은 2015년부터 이 아파트에 혼자 살았다. 2010년 폭력 혐의로 구속돼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감호소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2015년에는 정신병원을 찾아가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인득은 2016년 7월 이후 치료받은 기록이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묻지마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08년 서울 논현동 고시원에 살던 정 모씨가 자신의 침대에 불을 낸 뒤 대피하던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3명이 죽거나 다치게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에서는 2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때려 숨지게 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40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이유 없이 목검과 흉기를 휘둘러 시민 2명이 다쳤다.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을 보면, 묻지마 범죄로 볼 수 있는 우발적·현실 불만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매년 늘고 있다. 범죄도 방화, 흉기살인 등 잔인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묻지마 범죄자들은 보통 사회 부적응, 은둔형 외톨이, 정신병에 기인하여 사회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앞으로는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2세대, 무직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의한 이른바 자생테러도 예상된다. 최근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하철역, 공원,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이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정신장애인(조현병 등)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것으로 통계에서 확인된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51%에 그치고 있어 극히 일부만이 범죄를 저지른다. 조현병 환자들 중 일부가 가족의 치료권유를 거부하거나 피했다가 병을 키우고 망상이나 환청에 시달려 범죄를 저지르기는 경우가 있다. 차제에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반드시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는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국가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증오가 해소되지 못해 범죄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회적 갈등 해소 등 누구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할 것이다. 취업이나 교육, 복지 등에서 사회적 약자. 소외받는 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른바 더불어 잘 사는 꼼꼼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끝으로, 경찰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형사사법기관이다. 주민이 가장 의지하는 국가기관 중 하나다. 경찰은 지역의 범죄와 무질서, 소외된 세력에 대한 치안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서도 중요한 경찰의 역할이고 사명이다. 경찰과 보건당국의 치안유지와 주민안전을 위한 적절한 권한을 주고 관계 당국 간의 정보공유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국민의 인권보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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