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랑의 집짓기' 준공식…기관·기업·개인 한마음 한 뜻
60년만에 새집 마련

22일 오후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서 열린 박필근(92)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랑의 집짓기 준공식에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하트를 그리며 입주를 축하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나라가 힘이 없어 외세에 주권을 빼앗기고, 울타리를 잃은 이 땅의 꽃들이 꺾였다.

7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여러 기관과 개인들이 힘을 모아 90세를 넘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무너지지 않을 튼튼하고 새로운 ‘뜻깊은 보금자리’를 전했다.

포항시에서는 2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필근(92) 할머니의 ‘포스코 사랑의 집짓기’ 준공식이 열렸다.

이날 준공식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 오형수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등이 참석했다. 또 그동안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동참한 후원기관, 재능기부 후원자들도 참석해 박 할머니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새집이 준공되기 전 박 할머니의 보금자리는 60여 년을 살았던 흙집.

그는 1950년대 말 친정인 현재 주거지로 이사 와서 젊은 시절부터 어렵게 남매를 키워왔다. 이곳에서 자녀들을 모두 키워내 출가시킨 후 현재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

아픈 역사의 산증인인 박 할머니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원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의결에 따라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난해 8월 14일 첫 번째 ‘기림의 날’이 계기가 됐다.

새집을 짓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았다. 새 건물을 국유지에 짓기 위해 건축행위 타당성 검토, 지목변경, 용도폐지, 국유지 매각, 경계측량, 토목설계, 건축 인·허가 등 여러 기관에서 8개월 동안 지속 협의하며 노력한 결과 스틸하우스 재질로 튼튼하게 지어진 새 보금자리가 마침내 완성됐다.

포항시, 포스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아대책,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포항국토관리사무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포스코휴먼스, 기아대책, 인교건축, 마루토목 등이 이를 위해 한마음으로 힘을 모았다. 여성가족부와 포항시는 이들 기관·단체·개인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도리를 다하는 차원에서 화환을 보냈다.

진선미 장관은 “이제 스물 한분의 위안부 할머니가 우리 곁에 계신다. 건강상 어려움 등이 있으시지만 한 분 한 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박 할머니가 120세 까지 건강하게 장수하시도록 기원드린다”며 “힘을 보태겠지만 정부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오늘 준공식이 시사점이 있을 것이며 그 분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후세에게 교육을 해 가겠다”고 했다.

박 할머니에게 치유와 건강을 기원하며 꽃목걸이를 걸어드린 이강덕 포항시장은 “경북 도내에 단 한 분뿐인 할머니의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함께 뜻과 힘을 모아주신 여러 기관에 감사드린다”며 “할머니가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감사 인사에서 “집을 지어줘 반갑니더(고맙다). 앞으로도 (감사에 보답코자)20~30년 아니 천년만년 살고 싶다”며 “(홀로 남매를 키우는 등)고생은 말도 모한다. 애들과 서로 치받아보며(바라보며) 살았는데 어느덧 서산에 지는 석양처럼 90이 넘었다. 그 말밖에 없니더”라고 해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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