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기자

한국은행 포항본부 및 구미지점 철폐안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집회가 26일 오전 11시 30분 한국은행 본점에서 있었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한 400여명의 포항·구미시민들은 감사원의 한국은행의 방만한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 지적에 경제적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포항본부와 구미지점을 폐쇄하고, 목포지점은 전남본부로 승격시키려 한다며 폐쇄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성태 한국은행총재는 이날 오전 항의방문단이 도착하기 직전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가 집회참가자들이 총재면담을 요구하며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 하는 등 과격화 움직임이 있자 서둘러 돌아와 대표단을 만났다.

다행히 이날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이성태 총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검토단계이기 때문에 포항·구미시민들의 뜻을 충분히 받아들여 충분한 자료를 확보한 뒤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사태가 진정됐다.

그런데 이날 집회에서 기자는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그것은 한국은행 포항본부와 구미지점이 폐쇄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게될 양 도시지역 금융기관 대표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부 대기업들에게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국은행과 직접 거래할 일이 없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물론 회원농협조합에 이르기까지 금융기관들은 한국은행에 현금을 출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본부나 지점이 폐쇄될 경우 대구까지 가야하는 불편함과 경호문제와 비용증가 등 모든 피해가 집중된다.

특히 포항과 구미에 산재해 있는 금융기관들이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지, 또 누구에 의해서 그 지역에 존재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면 금융업무 전문가들인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된 문제에 발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데도 이날 항의집회에는 구미에서 단 1명의 금융관계자가 참석했을 뿐 새벽잠을 설쳐가며 떠나는 항의방문단을 위로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물론 상급기관인 한국은행과의 관계로 인해 섣불리 나서기 힘든 면도 있지만 자신들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게 될 사안에 대해서 시민들의 뜻에 반해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행과의 관계에 있어 일반인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금융기관들은 지금부터라도 포항본부와 구미지점 존치 필요성을 역설하고 철회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

또한 포항·구미시민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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