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이번엔 '꿈의 무대'에 선다.

맨유는 5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세리에 A) 강호 AS 로마와 2006-200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벌써 전운이 감돈다. AS로마 주장인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 프란체스코 토티(31)가 선전포고를 했다. 외신에 따르면 올 시즌 18골로 세리에 A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토티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을 향해 "퍼거슨은 토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퍼거슨 감독이 최근 AS로마의 키 플레이어로 다니엘레 데로시와 만시니를 꼽은 데 대한 불쾌함의 표현이다. 게다가 토티는 "잉글랜드축구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며 "훌륭한 선수들이 뛰고 있지만 난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도 잉글랜드가 싫다"며 '축구종가'의 명문클럽인 맨유를 자극했다.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하며 1998-1999시즌 이후 8년 만에 '트레블'(정규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등 3관왕)을 노리는 맨유로서는 이번 로마 원정경기를 결코 놓칠 수 없다.

박지성은 지난달 8일 릴(프랑스)과 16강 2차전에 출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4시즌 연속 '별들의 향연'인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섰다. 하지만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은 팀 내 '분업'으로 릴 전이 유일했을 만큼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젠 사정이 다르다.

박지성은 1일 블랙번 로버스와 프리미어리그 31차전 홈경기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팀의 4-1 대승을 이끄는 등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볼턴전(4-1 승) 두 골에 이어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이다. 더구나 올 시즌 발목 부상으로 석 달이나 그라운드를 비워 정규리그 14경기만 출전하고도 5골 2도움을 올릴 만큼 박지성은 그 동안 감춰왔던 공격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주전 공격수들의 체력 부담도 박지성의 중용 분위기에 힘을 실어준다. 웨인 루니(잉글랜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라이언 긱스(웨일스) 등은 지난달 29일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까지 뛰고 팀에 합류한 뒤 블랙번전에서 루니는 풀타임을, 긱스와 호날두는 후반 39분까지 84분씩을 뛰었다.

박지성도 물론 블랙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긴 했지만, 그는 지난달 24일 우루과이와 대표팀 친선경기를 뛰고 팀에 복귀해 휴식을 취해왔다.

게다가 맨유로서는 게리 네빌과 미카엘 실베스트르에 이어 블랙번전에서 중앙수비수 네만자 비디치마저 어깨를 다치며 최고 한 달 이상 공백이 불가피해 수비라인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휘젓는 강철 체력의 멀티 플레이어 박지성에게 다시 한번 기대가 모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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