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사회를 위한 자족의 가치관
소비사회를 위한 자족의 가치관
  • 박정환(바다교회 목사)
  • 승인 2007년 08월 29일 22시 03분
  • 지면게재일 2007년 08월 30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정환(바다교회 목사)

불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오계(五戒)를 말하는데, '첫째로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不殺生). 둘째로 훔치지 말라(不盜). 셋째로 음행하지 말라(不淫). 넷째로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 마지막으로 술 마시지 말라(不飮酒)'이다. 이것을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은 《귀향》에서 재가 신도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들을 일반적인 용어로 바꾸어 '다섯 가지 마음다함의 수련법'이라고 한다. 마음다함의 다섯 번째 수련법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고통이 무심코 행하는 우리의 소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다해 의식하면서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일을 실천하므로, 나 자신이나 나의 가족이나 내가 속한 사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킬 것을 서원한다. 나는 내 몸과 내 의식에, 그리고 내 가정과 사회의 집단적인 몸과 의식에 평화와 안정과 기쁨을 증진시킬 물질만을 섭취하기로 결심한다. 나는 알코올이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다른 어떤 물질도 사용하지 않고, 독성이 든 음식뿐만 아니라 특정한 텔레비전이나 잡지나 책이나 영화 등 유해한 요소가 포함된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기로 작정한다. 나는 나의 몸이나 의식을 이런 독성으로 손상시키는 것이 나의 조상들, 나의 부모님, 내가 속한 사회 그리고 후대들에 대한 반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나는 나와 이 사회를 위해 적절한 식생활을 이끌어감으로써 내 속에, 그리고 이 사회 속에 있는 폭력과 두려움과 분노와 혼돈을 변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적절한 식생활이 나 자신의 변혁과 이 사회의 변혁을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먹는 것 하나에도 우리의 의식, 즉 마음다함으로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소비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 사회의 극복》이라는 책에서 더닝(A. T. Durning)은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생태계의 질 저하의 원인은 인구증가와 과소비이다. 그런데 인구증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많은 정부와 시민들이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는 아직도 전세계에 걸쳐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심리학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질적 소비의 양과 개인의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약한데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소비하는 물질의 양이 곧 그들의 행복의 정도를 말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이에 대해 더닝(A.T.Durning)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가 끝이 없고, 인간이 느끼는 부족함이 사회적 개념이며,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원천은 물질이 아닌 다른 무엇에 있기 때문에 소비사회는 물질적 안락을 통해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데 실패하고 있다. 진실로 삶에 있어서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사회적 관계의 견실함과 여가의 질-는 소비계층이 늘어난 만큼이나 살져 가고 있다. 소비사회는 우리의 소득을 향상시킴으로써 우리를 빈곤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사회의 역사적 부상은 사람들에게 삶의 충만함을 주기보다는 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들의 가치기준을 변화시켜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톨스토이가 지적한 대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는 것"이므로 결국 소비가 궁극적으로 인간에서 충족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행복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소비와는 상관이 없다.

성경에는 자족의 가치관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구약성서 잠언의 저자는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잠언 30장8절)라고 기도한다. 예수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는 것은 이방인의 형태요, 하나님의 자녀들은 마땅히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가르치며(마태복음 6장25-34절),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않다"(누가복음 12장15절)고 경고한다.

현대의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검소와 절제를 습관화해야 한다. 우리의 필요를 합리적으로 유지하고 낭비와 사치를 피해야 한다. 물질적 소비수준을 한 단계 낮추면서도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된다. 이렇게 할 때 미래세대에게 보다 건강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박정환(바다교회 목사)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