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 좋은 삶
뒷맛 좋은 삶
  • 서임중(포항중앙교회 목사)
  • 승인 2007년 09월 20일 23시 11분
  • 지면게재일 2007년 09월 21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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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임중(포항중앙교회 목사)

요즈음 언론의 단골메뉴가 가짜 학위문제, 부자연스러운 관계, 권력 이동의 이상기류 등이다. 이 일들을 한마디로 집약하는 언어가 있다면 '뒷맛 좋지 않은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그런 것들이 하루 이틀의 이야기들인가만 그래도 심기가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사(正邪) 구분이 안되는 작금의 사회적 도덕적 정신적 공황 때문이라 말한다면 너무 가혹한 표현일까?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일본인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빙점(氷點)을 읽고 보다 더 넓고 관용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젊은날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비좁은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용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음을 아파하면서 또 하루하루를 엮어간다. 빙점의 마지막 대목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자기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돼 자신의 출생을 비관하며 끝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어느 추운 겨울날 눈 덮인 언덕길을 오른다. 드디어 높은 언덕에 오른 주인공은 하얀 눈길 위에 남겨진 자신의 발자국을 한 번 바라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히 자신은 똑바로 걸어왔는데 눈길의 발자국은 흐트러져 있었다. 주인공은 이 일로 인하여 그동안 용서할 수 없었던 어머니를 완전히 용서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고 걸어온 날들이 돌아보면 비뚤어진 생각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의롭다고 생각했던 날들은 오히려 불의한 날들이었음도 발견하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지나온 삶의 발자국을 돌아보면 아쉬움과 뉘우침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교만과 시기와 질투와 게으름과 남을 비판하고 정죄하고 비뚤어지고 흐트러진 발자국을 남기면서도 우리는 마냥 자신이 걷는 인생길이 바르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즈음처럼 사람 살 맛 안 나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는 오늘을 보람 있게 의미 있게 살기를 소망하면서 다시 하루를 열어간다. 정치나 사회나 경제나 어디든 터지고 부서지는 이야기로 얼룩진 언론 보도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슬프게 한다. 하나같이 가시적(可視的)인 것들을 움켜잡으려고 몸부림하는 가운데 온갖 부조리와 부정부패가 만연해 가는 이 땅의 지도자들의 타락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동양인으로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탄 시인이며 사상가이며 소설가인 '타고르'는 "위대한 날은 사랑의 날이요, 만남의 날"이라고 갈파했다. 좋은 부모, 좋은 스승, 좋은 선배, 좋은 친구, 좋은 이웃,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하여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귀한 것은 없다. 깊은 사랑, 따뜻한 사랑,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제일 중요한 인생의 과정이다.

'칼 힐티'는 "인간의 마음은 보람 있는 일을 찾았을 때처럼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때가 없다.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일을 찾아라"라고 했다. 일을 하는 모습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본다. 불한당(不汗黨)이 무엇인가? 땀 흘리지 않는 무리라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데서 아름다움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천직사상(天職思想)과 사명감(使命感)을 가지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몰두할 때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그의 행복론은 살아가는 동안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 소설 <세 가지의 의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 게 많은 생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때가 언제인가? 현재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누구냐?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 현재 내가 만난 그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일이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제일 중요한 일은 내가 지금 만난 그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선에 대하여 "뒷맛이 좋은 것"이라고 갈파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뒷맛 좋은 삶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요즈음 여기 저기 뒷맛 좋지 못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과 계절의 변화에서 인생을 생각하고, 삶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가을의 문턱에서 우리의 마음도 삶의 새로운 변화의 옷을 갈아 입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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