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박문순 괴자금'을 다시 압수함에 따라 비자금 수사로의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박문순 성곡미술관장 집에서 압수한 수표와 현금 등 괴자금 60여억원이 범죄 수익을 은닉한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자금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청구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돈은 당초 기대했던 신씨의 횡령 혐의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또다른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박 관장에게 그대로 돌려줄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번 압수수색영장의 명목이 `범죄 수익의 은닉'이라는 점에서 60억원대 괴자금의 실체는 박 관장 본인보다는 그의 남편 김 전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전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의 집에서 발견된 괴자금 또한 쌍용그룹에서 횡령한 돈의 일부거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일부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975년부터 쌍용그룹을 이끌었던 김 전 회장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로 진출했다가 그룹이 부도 위기에 직면한 1998년 2월 구조조정을 통한 그룹 회생을 위해 쌍용양회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회사에 무상 증여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한 그룹 정상화를 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회삿돈을 몰래 빼돌려오다 검찰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검찰은 2000년 금융기관의 개인 부채를 갚기 위해 쌍용양회 자금을 위장 계열사에 지원하게 한 뒤 이 돈을 대여받는 방식으로 회사에 178억원의 손실을 끼치는 등 총 310억여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기소했다.

지난해 3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은 올해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특별사면 때 사면ㆍ복권됐다.

또 김 전 회장은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200억원을 맡아 관리해오다 2001년 대법원으로부터 국가에 돈을 갚으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 괴자금이 아직 환수되지 않은 김 전 회장의 회삿돈 횡령액 또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변 전 실장과 신씨에 대한 신병처리가 일단락되는 대로 시간을 두고 본격적인 자금 성격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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