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리급회담ㆍ종전선언 먼저 제안"

김만복 국정원장은 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간 합의된 `2007 남북정상 선언'과 관련, "합의된 10개 항 중 북한측이 제안한 의제는 내달 총리급 회담 개최와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 등 두 가지"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 "북측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가운데 일종의 선물로 `불쑥' 제안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김 원장은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핵포기를 전제로 남북미 정상간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의지가 있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제안을 노 대통령이 전하자 김 위원장이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 언급을 했고, 이후 북측이 마련한 선언문 조문에 3자 또는 4자란 표현이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복수의 정보위원이 전했다.

김 원장은 "3자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며 4자는 3자에 중국이 추가로 포함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3자'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전협정 당사자이긴 하지만 현재 한반도 내에서 실질적 무력을 유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 장소가 선언문에 한반도 지역으로 언급된 데 대해 김 원장은 "북측은 애초 휴전선 인근 지역을 제안했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 양측간 조율 끝에 한반도 지역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정보위원은 "휴전선 인근은 판문점, 개성, 금강산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북한이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으로 오기를 바란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체제의 정통성을 보장받으려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남과 북을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 정비'에 대해서는 "북한도 노동당 강령이나 규약 그리고 형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남한도 이에 상응해 체제 보존을 위한 안보형사법은 두되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 정보위원은 밝혔다.

김 원장은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 및 개보수 합의'와 관련, "인천-남포간 물자 수송의 경우, 해상 수송에 비해 편도기준 운임은 4분의 1 수준(TEU당 800달러→200달러)으로, 운송일수는 기존 5~6일에서 1~3일로 단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또 서해 NLL(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 "NLL을 포기한 게 아니다. 굳건히 지키는 것이지만 일부분에 있어 평화수역을 설정해 그 부분만 개방하는 것"이라면서도 "NLL은 영토가 아니라 경계선이다. 영토라는 개념으로 사용하면 복잡해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소홀히 다뤄졌다는 지적을 받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경우, 김 원장은 "북측은 `정치적 문제'인 만큼 정상선언 내용에 명시적으로 포함할 수 없고, 다만 광의의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해 해결해 나가는 기존 방안을 통해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고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종전선언 당사자로 3자 또는 4자라는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각 당 정보위원들의 추궁이 이어졌고, NLL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를 놓고서도 국정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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