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두로 떠오른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된 정부의 구상과 논리가 차츰 정리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에서 종전선언을 위한 당사국 정상회담의 시기 등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서둘러 정리에 나선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비핵화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미국이나 정교하고 충실한 협의를 전제로 해야 하는 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속성을 생각할 때 정부의 논리가 국내외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최근 설명을 보면 남북정상 선언문에 나오는 '평화체제'와 `종전선언'이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평화체제'는 전쟁을 법률적으로 종결시키는 일(종전선언) 뿐 아니라 사후 군사적 신뢰관계 구축, 비무장지대 병력주둔 문제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굳이 선후관계를 따질 경우 평화체제 협상이 먼저 진행된 뒤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당국자들과 학자들은 종전선언의 개념을 확대해서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선후관계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결국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협상의 구체적인 개념은 향후 당사국간 협의에서 어떤 수준(또는 내용)으로 협상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관련국들 판단에 따라 별도의 종전선언문에 서명을 하는 세리머니를 할 수도 있고 평화협정 체결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개념상의 혼선을 정리한 뒤 종전선언(또는 평화체제 협상)의 주체에 대해서도 나름의 논리를 개발해냈다.

결론은 시간적 흐름을 생각할 때 연내에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특정한 결론을 내리는 협상 보다는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는 일이 연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정상들이 모여서 (평화체제 협상 개시선언을) 하겠다고 하면 개시 자체가 늦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선언은 외교장관 급에서 하는 것이 순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 시기는 비핵화의 진전 상황과 그에 대한 당사국들의 정세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당국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11일로 예정된 미측 핵전문가들의 방북을 시작으로 본격화할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과정이 진전되는 것을 봐가며 평화체제 논의가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

논의의 틀은 6자회담에 명시된 `별도의 당사자 포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영우 본부장은 이 포럼의 출범 선언이 6자 외교장관 회담(11월 개최 전망)을 계기로 한 남.북.미.중 4자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외교장관급에서 평화체제 논의 개시를 선언하면 당사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바통을 넘겨 받아 실질적인 협상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 경우 북핵 6자회담과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은 `한반도 안보'라는 수레의 두 바퀴로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돌아갈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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