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시절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법정악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역사적인 선고공판법정에서 나란히 선 두 피고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어 눈길을 끌었던 것. 두 사람의 가벼운 악수를 두고 '인간사 무상'을 공감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손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또 다른 통로로 활용돼왔다"고 한다. 마음의 변동에 따라 평생 2천5백만의 손의 굴절이 무의식중에 거듭되고 있어 손은 '마음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히틀러가 하루는 당대 최고 여배우를 초대해 악수를 하려고 손은 내밀었다. 그런데 이 여배우가 팔을 45도로 치켜들고 나치식 인사를 하자 히틀러는 곧 나치식으로 응했다.

그러나 곧 이어 여배우가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이 사실을 두고 독일작가 케스트너는 "손과 손이 자연스럽게 맞잡혀지는데는 마음과 마음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한다" 했다. 악수의 근본적인 메시지는 대응함에 있다. 이 인사법은 서로가 똑같은 수준의 행동을 취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악수가 대중화될 수 있었던 것은 상체를 구부리거나 무릎을 접는 인사법을 밀어낸 대등함에 있다.

미국의 리드십 연구가 로버트 브라운은 악수의 유형을 12가지로 분류했다. 그중에서 상대의 손을 끌어당기는 악수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망이 강한 사람이 애용한다는 것.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악수가 이 스타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악수 때문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김장수 국방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김 국방장관이 꼿꼿이 서서 상대방 얼굴을 주시하면서 한손으로 악수한데 비해 김 국정원장은 상대의 손을 두손으로 감싸고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국민이 보기에 고맙고 멋있다", "국방장관 한 사람이라도 꿋꿋한 자세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등 김국방을 향한 국민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NLL문제' '국군포로문제' 등이 걸려 있는 11월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도 '악수때의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김장수 국방장관에 대한 국민신뢰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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