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숙기자

무자년 한 해의 시작 즈음에 경북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역할을 다짐하는 '2008 경북 여성신년교례회'가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경주 현대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경북여성신년교례회에는 23개 시군여성단체협의회. 역대 장한여성상 수상자, 각 시군별 시장·군수부인, 국회의원 부인, 시도여성의원, 그리고 김관용도지사, 이상천도의회의장, 백상승 경주시장, 경북농협지부장, 경북경찰청장을 비롯한 관리들이 남자대표로 참석했다.

신년 하례 장소에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떠랴. 참석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행사가 여성신년교례회에서 여성이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멀리는 안동, 구미, 영주 등지에서, 더 멀리는 울릉도에서 하루 전날 도착한 회원들도 있었다. 또 역대 장한 여성상을 수상한 사람들이 노구를 이끌고 각 지역에서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 행사는 당연히 여성이 주인이야 할 자리인데도 남성이 주도하는 자리가 됐다.

몇 차례에 걸쳐 건배제의를 하는 사람 모두가 남성이었다. 심지어는 술잔을 들고 10여분을 기다리며 건배사 아닌 건배사를 들어야 했다. 시루떡 절단을 해야 할 단상에는 경북여성의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장한 여성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어 여성신년하례식이라고 보기엔 너무 미흡한 행사였다. 각 지역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기념촬영하는 자리, 여기에도 어김없이 남성들이 자리차지하고 앉아 "비켜달라"는 멘트를 하기까지 이른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상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돌아오는데 호텔입구 도로에서 또 한 번 눈쌀 찌푸리는 일을 경험했다.

수신호하던 경찰의 출발신호에 따라 출발했는데 갑자기 차를 멈추게 했다. 그러더니 검은색 승용차가 멀리서 나오자 단정하게 경례를 부친 후 먼저 보냈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그들은 행사 참석자들이었지만 기다리는 차들에게는 미안한 기색조차 없어보였다.

진정으로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정당하지 않은 특권을 누리는 사람을 확대하는 길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한 축소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별다른 고민없이 행해져 오던 특권을 없애는 일은 그런 혜택을 받아오던 사람들에겐 분명 불편한 일이다. 그렇다면 특권을 누린만큼 본인 스스로 법은 지켜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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