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와 만나다 <1>

노부제 해발 6,119m

세계의 지붕 네팔(Nepal)은 히말라야 산맥 중앙부에 동서 900km, 남북 150km로 북으로는 중국 티베트, 남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총 면적은 14만 7천㎢로 대략 한반도의 2/3, 남한의 1.5배 크기에 2,400여 만 명이 살고 있다. 국토 상단부에 히말라야 산맥이 동남쪽에서 서북쪽까지 800km에 걸쳐 장엄하게 솟아 있다. 수도는 카트만두(Katmandu)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식 인구가 120여 만 명 이었는데 지금은 200만 명이라고 한다.

네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히말라야, 힌두교, 석가모니의 탄생지이다.

히말라야(Himalaya)는 고대 인도어로 눈(Snow)을 뜻하는 '히마'와 거처를 뜻하는 '알라야'가 합쳐진 말로서 '눈의 거처', '만년설의 집'이란 뜻이므로 히말라야를 세계의 지붕이라 불러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뒷동산에 올라도 등산(Climbing)간다고 하는데 산악국가인 네팔에서는 Climbing과 Trekking을 엄격히 구분하여, 6,000m이상의 봉우리를 정복하는 것을 등산이라 하고 그 이하의 산을 걷는 것을 트레킹이라고 규정한다.

네팔 사람들은 6,000m이상의 고봉에 신들이 산다고 믿어, 신들의 거처를 훼손하는 등산가에게는 엄격한 제재와 고액의 입산료를 징수하지만, 고산지대를 걸으면서 현지인들에게 돈을 쓰는 트레카에게는 국립공원 입장료만 받고 있다.

소형 트럭 분량의 짐을 나르는 포터

정상정복은 수년간 합동훈련과 준비기간을 거쳐 한달여 이상 등정을 해야 하므로 체력, 시간, 경비면에서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엄두도 못내지만 트레킹은 산을 즐겨 타는 매니아들이라면 한번쯤은 계획해 볼 만하다.

히말라야에 10여 개의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힘들지만, 가장 장엄하고 경관이 뛰어난 코스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코스다.

트레킹로 입구의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8일만에 고도 5,550m까지>

설 연휴를 이용하여 2008년 1월 31일 새벽 3시 대구에서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9시 40분경에 출발한 KAL항공은 예정보다 조금 늦은 8시간만에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버스를 타기위해 광장으로 나오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 둘이 상냥하게 인사를 건냈다. 알고보니 카트만두에 평양 옥류관 네팔분점 개업을 홍보하는 북한 아가씨였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북한 여성이 한국인과 대화를 꺼렸는데 기념사진도 함께 찍으니 북한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타국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다브람봉 해발 6,856m

안나푸르나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른 아침에 트레킹의 출발지인 루크라로 가기 위해서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일기 불순으로 3일간 항공기가 뜨지 못했다고 하니, 여행 계획을 세울때 우려했던 첫번째 문제가 현실로 다가 오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었다.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첫째가 루크라행 비행기의 정상 운항, 그 다음이 고산증, 추위 극복이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터라….

무작정 6시간을 기다린 끝에 4일만에 운항하는 비행기를 이용해 40분 만에 루크라(해발 2,840m)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것은 큰 행운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다음날도 일기불순으로 항공기 운항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방면의 등산 기점인 루크라까지 경비행기가 없으면, 카트만두에서 시외버스로 9시간 소요되는 지리까지 가서, 산길을 6일동안 걸어가야만 루크라에 도착할 수 있으니 비행기가 떠 주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다.

네팔에 트레킹 오는 한국인은 주로 서쪽의 안나푸르나 일원으로 가고, 이미 그 쪽에 경험이 있거나 보다 역동적인 트레킹을 하고자 하는 트레카는 동쪽의 에베레스트 일원으로 온다. 작년에 안나푸르나를 여행하였으므로, 지난해의 경험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더 춥고 힘든 EBC코스를 단독으로 왔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40대 후반 부부와 합류하여 일행 3명이 현지인 가이드 1명과 포터 2명을 고용하였다.

가이드는 '구산 세르파'로 25살의 총각인데 우리말과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세르파족은 원래 히말라야의 험난한 고지대에 사는 고산족으로 티베트어로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고지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타지를 오가며 물자교역으로 생계를 유지했으나,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짐을 운반하거나 가이드를 해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단다.

이들은 주로 에베레스트가 있는 동쪽지대에 많이 사는데, 부지런하여 곳곳에 롯지(Lodge)를 운영하면서도 미국 등지에 자녀를 유학 보낸 가정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세르파의 하루 수입도 언어구사 능력과 짐을 나르는 일, 요리를 하는 일, 안내 등 일의 중요도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대략 10~12불 정도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일원을 여행 할 때는 어린아이들이 심심찮게 다가와 '라마스떼'라고 인사하면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하였는데, 이 지역은 부유한 지역이라 그런지, 아니면 교육을 시켰는지 무엇을 달라는 어린아이가 거의 없었다.

같은 코스로 가는 한국인이 10명 더 있어 한국인이 13명, 외국인이 10명, 모두 23명이 EBC를 향해 가면서 자연스레 길동무가 되었다.

트레킹 이틀째부터 오른쪽 앞으로 계속 보이는 산이 아마다브람봉(6,856m)이다.

'어머니의 품속'이란 이름이 말해 주듯 넉넉한 품으로 자식을 안으려고 양팔을 인자하게 뻗어있는 자태가 산 사람들을 누구나 포용할 수 있는 모습으로 솟아있어 현지인들이 가장 친근감을 느끼면서 신성시하는 봉우리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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