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은 영혼이 타원형이다
손톱은 내가 처음 버린 영혼

손톱은 / 끊임없이 나를 밀어낸다
죽어서 산다

손톱을 오래 들여다보면
나무뿌리가 뻗어 나오고
진흙으로 두 눈을 바른 아이가
더러운 귀를 씻고 있다

손톱을 깎으면 / 죽은 기차들이 나를 통과해 가고
늙은 쥐가 손톱을 먹고 있다

늘 바깥인 / 손톱의 밤은 얼마나 캄캄한가
사랑은 개연성 따위는 필요 없다

멀리 날아간 손톱은
가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감상> 손톱은 육체의 끝부분으로 삶과 죽음을 모두 안고 있는가. 나무뿌리가 자라는 것처럼 죽어서도 손톱은 자라고, 세상의 더러운 소리에 귀를 씻는다. 죽음의 순간에도 오감 중에 청각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손톱을 깎으면 죽음들이 나를 통과하고 내가 버린 손톱을 쥐가 먹고 있다. 육체에서 벗어난 손톱이므로 캄캄할 수밖에 없고 사랑의 개연성도 필요 없다. 육체 안에 있을 때 사랑의 개연성이 커지고 손톱의 서정은 자라난다. 죽음에 가까울수록 버린 손톱을 먹은 쥐가 또 다른 내가 되어 나타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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