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인 남편 몰래 낳은 두 살 배기 딸에게 농약을 먹여 살해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이재희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5·여)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징역 8년)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편이 친자 여부를 의심하고, 육아와 가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해 아동 친부의 자살 등으로 인한 우울감 등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곧바로 자수한 점, 범행 때문에 누구보다 큰 괴로움을 겪으면서 죄책감과 회한 속에서 남은 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어린 자녀들을 양육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헤 4월 22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청도군 청도읍 한 빈집에서 자신의 딸(2)에게 살충제 성분이 든 농약 100㎖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딸이 농약을 뱉으려고 하면 망고주스를 먹인 다음 다시 농약을 먹이는 방법으로 준비한 농약 100㎖를 모두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0년 스님인 남편(61)과 결혼해 3명의 딸을 낳았다. 2014년 8월 B씨와 가출해 동거했고, 이듬해 7월 남편에게 돌아온 후 B씨를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후 B씨 사이에서 딸을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2016년 3월 남편 몰래 딸을 출산했다.

남편이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다른 남재 애를 데리고 온 것이냐”라는 말을 자주하면서 강한 의심을 하자 심한 우울감을 느끼다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B씨의 영혼이 붙어서 환청과 환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정신과적 증상을 강하게 호소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