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기획] 군위 법주사 육문스님 대담
[부처님 오신 날 기획] 군위 법주사 육문스님 대담
  • 대담=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 승인 2019년 05월 10일 17시 0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10일 금요일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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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하는데 진정한 사랑은 말 안하고 베푸는 것"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육문스님이 경북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육문스님이 경북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국비구니회 회장 육문(六文) 스님(74·법랍 57)이 회주로 있는 군위 법주사를 찾았다. 절을 찾아가는 연도에는 연등이 줄지어 내걸려 있고, 절의 축대 옆에 핀 모란꽃은 이른 더위에 꽃잎이 흐드러져 있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찾아간 때 법주사 뒤 청화산(靑華山) 아래 자락밭을 메다가 내려오신 스님의 손에는 벌써 늙어버린 몇 줄기의 쑥대가 담긴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스님은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지” 하시며 만남을 가질 스님의 거처, 일영당(日榮堂)으로 안내했다. 가사를 갈아입고 단정히 정좌하자 스님은 금세 선승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스님은 1시간 여 진행된 대담 동안 꼿꼿한 자세로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듯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

-5월 12일은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석가 탄신일의 의미부터 짚어주십시오.

△부처님 말씀은 무궁무진하지. 바닷물을 다 먹으로 만들어 쓴다고 해도 다 쓰질 못한다고 했어. 수행은 강(講)과 선(禪)으로 이뤄지는데, 강은 부처님 말씀을 듣는 것이요, 선은 부처님을 보는 것이지. 이는 둘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수행하는 것, 참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4월 8일, 스님이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는가. 항상 기쁜 마음으로 살아요.

산색(山色)은 문수(文殊)하며, 수성(水聲)은 관음(觀音)이라. 산빛은 지혜 충만한 문수보살이요, 물소리는 아름다운 관세음보살이라, 좋은 것은 모두 불법에 다 나와 있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지.

-법주사 주변은 물론 오는 길가에 온통 연등이 줄지어 내 걸렸습니다. 연등을 밝히는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법당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고, 영산전에는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는데 부처님 계신 곳의 좌대는 모두 연꽃으로 조성이 돼 있어요. 연꽃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향기도 좋습니다. 연꽃은 한 잎 한 잎 질 때도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오릅니다. 불교에서는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는 평등한 것을 좋아해요. 연등을 다는 의미는 청정하고, 높고 낮음이 없는 부처님의 마음을 닮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청화산에 위치한 법주사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이다. 사진은 보광명전.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청화산에 위치한 법주사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이다. 사진은 보광명전.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평소 스님께서는 무엇에 의지해 사십니까.

△첫째는 부처, 둘째도 부처, 셋째도 부처인데 단지 서산대사께서 말씀하신 ‘눈 내린 들판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는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야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이란 말씀입니다. 뜻을 해석하면 “눈 내린 들판 걸어 갈 때 함부로 발걸음을 내딛지 말아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라는 의미입니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윗사람이 바르게 하면 아랫사람도 바르게 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명심해야 될 내용입니다. 사표(師表)가 된다는 것, 얼마나 신중해야 되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입니다.

대화 도중 스님은 일영당 벽에 걸린 양각으로 돋을새김 한 족자를 가리키며 “저 글이 무슨 뜻인지 아시오” 하며 통도사 구하(九河·1872~1965) 스님의 시를 가리켰다. “山高故不貴以有樹爲貴(산고고불귀이유수위귀)/人富而不貴以有德故爲貴(인부이불귀이유덕고위귀)” “산이 높은 까닭으로 귀한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있어서 귀한 것이요, 사람이 부자여서 귀한 것이 아니라 덕이 있어서 귀하다네” 하는 내용입니다. 대통령도 국민이 없으면 귀하지 않아요. 나무가 있으면 사계절이 다 달라요, 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연초록색의 산이 6월이 되면 진한 녹색이 돼. 우리나라가 아름다워 사계절이 아름다운데 남의 것을 너무 좋아해요. 스님은 이 시를 좋아해서 벽에 걸어두고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한 상태입니다.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남이 잘못했다고 탓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잘못된 것을 각자 찾아 고칠 때 나라가 편안해져요. 세상 보면 원망하면서 모든 것이 잘못 된 것은 남이 그랬고, 나만 잘했다는 생각 때문에 시끄러운 것입니다. 어느 날 한 분이 찾아와서 대통령이 잘못 한다고 해서 “당신은 그렇게라도 할 수 있겠나” 했어요. 자리라는 것은 높은 데 올라가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낳은 내 자식, 내가 좋아해서 같이 사는 아내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수신제가도 잘 못하는 데 치국평천하가 쉽겠습니까. 그러나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다 좋은 생각을 내면서 살면 세상이 바뀌어 집니다. 나도 6000여 명 대중의 전국비구니회장인데 그것도 쉽지 않습디다. 그러나 본인이 잘살면 모두 따르게 돼 있습니다.

-종교의 위기라고 하는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재 총무원장 스님이 어질고 착한 분입니다. 무엇이든 부드럽게 사람들의 뜻을 맞추려 하십니다. 성철 스님이 ‘산은 산 물은 물’이라 했습니다. 그게 그런 이유에서 한 말씀입니다. 세상도 산은 산대로 놔두고, 물은 물대로 흘러가게 놔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 잘났고, 자기 주장만 하려 해요, 추종해서 따라가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 불교계도 조금씩 안정이 돼 갑니다. 이제 잘 될 것입니다. 방송(전 총무원장 관련 보도)이 종교를 공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취직이 안 되고 앞길이 막막해서 절망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요즘 청년들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하질 않아요.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인내심이 좀 부족해서 조금 힘들면 놓아버립니다. 하기 싫은 사람에게 뭐라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리일보(千里一步),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지 않습니까. 한 발짝 두 발짝 내딛다 보면 이뤄지는 것입니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가까운 것부터 한 발짝 씩 내 디뎌 보기를 바랍니다. 무엇이든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어요. 자기 의지를 고양해서 되도록 이면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영당(日榮堂)에 걸려 있는 통도사 구하(九河·1872~1965) 스님의 시 “山高故不貴以有樹爲貴(산고고불귀이유수위귀) 人富而不貴以有德故爲貴(인부이불귀이유덕고위귀), 산이 높은 까닭으로 귀한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있어서 귀한 것이요, 사람이 부자여서 귀한 것이 아니라 덕이 있어서 귀하다네”라는 양각 족자.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일영당(日榮堂)에 걸려 있는 통도사 구하(九河·1872~1965) 스님의 시 “山高故不貴以有樹爲貴(산고고불귀이유수위귀) 人富而不貴以有德故爲貴(인부이불귀이유덕고위귀), 산이 높은 까닭으로 귀한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있어서 귀한 것이요, 사람이 부자여서 귀한 것이 아니라 덕이 있어서 귀하다네”라는 양각 족자.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행복이 무엇입니까.

△행복이 딴 게 아닙니다. 기쁘게 생각하면 다 기쁜 것입니다. 저는 가다가 법당 부처님을 만나면 항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합니다. 오유지족(吾唯知足)입니다. 스스로 오직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왜 사랑 사랑 하나. 사랑이 밥 먹여주나. 사랑 소리 어지간히 한다 생각됩니다. 진정한 사랑은 말 안 하고 베푸는 것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만 사랑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좋은 사람도 갖지 말고 미운 사람도 갖지 말라’고 했습니다. 집착에서 벗어나야 행복할 것입니다.


△육문(六文) 스님은?
74세(법랍 57). 1962년 부산 범어사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수지(受持)했다. 이후 1973년 보은 법주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1969년 경북 양진암서 수선 안거 이래 25안거를 성만 했다. 은해사 백흥암 감원(1982년), 제 11대 중앙종회의원(1994년), 전국 비구니선원 선문회 회장(2004년~2014년)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제11대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경북 군위 법주사 회주, 은해사 백흥암 회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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