혓바닥으로 붉은 장미를 피워 물고
조심조심 담장을 걷는 / 언어는 고양이
깨진 유리병들이 거꾸로 박힌 채
날 선 혓바닥을 내미는 담장에서
줄장미는 / 시뻘건 문장을 완성한다

경사진 지붕을 타 넘으면
세상이 금세 빗면을 따라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사람은 잔인하고 간사한 영물
만약 저들이 쳐놓은 포획틀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구름으로 변장하여 빠져나올 것이다

인생무상보다 / 더 쉽고 허무한 비유는 없으니
이 어둠을 넘어가면
먹어도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달덩이가 있다
거기에 몸에 꼭 맞는 둥지도 있다

인간에게 최초로 달을 선사한 건 고양이
비유가 아니면 /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흰 접시 위에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 올려놓는다

언어는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 하늘로 달아나고
마을은 접시처럼 환하다 / 가장 높은 지붕 위엔 고양이 한 마리
발톱의 가시로 달덩이를 희롱하고
입으로는 붉은 장미꽃들을 활짝 피워낸다

야옹, 나는 장미다




<감상> 모든 언어는 비유로 시작되고, 비유는 시를 탄생케 한다. 언어와 장미꽃 사이에 고양이(메타포)가 있는 것과 같다. 고양이는 언어를 물고서 때로는 구름으로 변장하고, 달덩이를 희롱하고, 싱싱한 비유를 찾아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신선한 비유가 아니면 인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므로 온갖 것들에게 매몰될 수밖에 없는 고양이, 바로 시인의 모습이 아닌가. 비유가 완성되어야 비로소 붉은 장미꽃을 피워낼 수 있다. 곧 시인이 시라는 언어로 말할 때, 간사한 인간들은 장미꽃 향기를 맡으러 올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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