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聖職)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 숙명여고에서 시험지 유출 의혹이 경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난 데 이어 대구의 영남공고에서도 대놓고 성적을 조작한 의혹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교사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영남공고의 성적 조작 의혹 등을 추가로 확인해 현 교장과 교감 등 11명을 무더기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 대상은 현직 교장은 물론 교감 2명, 행정실장, 교사 6명에 전 동창회장까지 포함돼 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2016년 12월 당시 1학년 운동부 한 선수의 사회과 점수가 최저 학력 기준에 미달 돼 대회 출전이 어렵게 되자 성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감사에서 당시 부장교사가 성적조작 지시를 한 녹취자료, 성적조작 지시를 받아 성적을 수정했다는 교사의 진술 등으로 수행평가 점수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이 뿐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전 동창회장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아 교감 등 14명이 60만 원씩 나눠 가진 것도 확인됐다. 이후에는 이 동창회장이 판매하는 프라이팬을 10개씩 구매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장교사들이 방학 기간에 이사장과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등 학교조직 상부가 한통속으로 놀아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부정청탁이니, 김영란법이니 온 나라가 부패 척결과 적패 청산의 전쟁통인데 아직도 교육 현장에 이런 부조리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교육과 사법 당국은 영남공고에서 일어난 이 같은 사실이 한 학교에만 있는 특별한 사실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학교 성적 조작과 구조적인 학교 조직의 문제 등은 다른 학교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사의 확대는 물론 인식 개선을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도 수법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모르지만 전국에서 유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선 학생들이 시험지를 훔쳐낸 사실이 적발됐고, 광주에선 행정실장이 시험지를 빼내 학부모에게 건넨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경기도의 한 고교에선 교사가 학생부 기록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는데, 대구에서 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27일에는 대학에서까지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시험문제를 알려준 교수가 붙잡히는 등 교육 현장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영남공고의 성적조작이나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등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해 공교육 불신을 초래하는 학교 성적 비리는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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