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 마트 200여곳 日 담배·맥주 등 판매중지 동참
여행·항공업계, 사태 장기화 우려에 노선 감축 등 고심 중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등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마일드세븐 등 담배와 아사히,기린 등 맥주, 포카리 스웨트, 조지아 등 음료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중지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북과 대구지역 마트 등 200여 곳이 동참한 가운데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에브리데이 마트 종업원이 일제 마일드 세븐 담배를 반품하기 위해 꺼내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등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마일드세븐 등 담배와 아사히,기린 등 맥주, 포카리 스웨트, 조지아 등 음료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중지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북과 대구지역 마트 등 200여 곳이 동참한 가운데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에브리데이 마트 종업원이 일제 마일드 세븐 담배를 반품하기 위해 꺼내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대구에서도 반일감정의 표현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어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련기사 19면

일본 의류 브랜드 매장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대형마트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맥주의 매출이 줄고 있다. 항공업계 또한 일본 노선 감축 등 노선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7일 대구지역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일본 맥주의 매출이 13% 역신장했다. 수입 맥주 전체가 4%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대구의 한 백화점 내 일본 의류 매장도 지난주 매출이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시민 김희정(45·여)씨는 “‘보이콧 재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않지만, 굳이 일본 맥주라던가 의류를 더는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중소상인들은 더 적극적이다.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등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마일드세븐 등 담배와 아사히, 기린 등 맥주, 조지아 등 커피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중지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실제 대구와 경북지역 마트 등 200여 곳도 동참하고 있다. 신수정 한국마트협회 대구·경북 지회장은 “일본제품 판매중지에 나선 이후 경제적 손해를 본다며 이의제기하는 회원사는 단 한 곳도 없다”면서 “국민으로서 최소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릴레이 시위도 벌어졌다. 7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지역 주민 20여 명이 돌아가면서 유니클로 대천점 매장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시위 참가자들은 ‘강제 징용 판결 불복 전범 기업 옹호하고 무역보복 자행하는 아베 정권 사죄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동원했으며, 대법원 강제 징용 배상판결에 일본이 경제보복행위를 벌이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여행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일본여행 수요가 크게 줄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상황이 더 어렵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대구지역 한 여행사 대표는 “일본여행 상품은 단기로 다녀올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데다 중국여행 상품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서 당장 취소사태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약관상 위약금을 물어주고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더는 일본여행 수요를 창출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인 시위 관계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지역 주민 20 여 명이 참여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1인 시위 관계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지역 주민 20 여 명이 참여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공항에서 7개의 일본 노선을 운영 중인 티웨이항공의 경우 하반기에 공급물량 감소를 고민하던 상황에서 일본기업 불매운동으로 여객까지 감소하면 경영악화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 항공사가 불매운동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공급물량을 낮출 수 밖에 없다. 티웨이항공은 상황을 지켜보고 다운사이징(downsizing·규모축소) 적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경기가 좋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가 줄고 있다”면서 “일본기업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객까지 줄면 기업경영 상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가철인 7월과 8월 노선은 이미 예약이 대부분 차있고, 9월 노선은 아직 변경계획이 없다”며 “상황에 따라 주 5회 운항하는 노선을 4회로 줄이는 방법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한 계명대 일본학 전공 교수는 “민간영역에서의 반일감정과 불매운동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당분간 사회 전반에 걸쳐 번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민간영역에 개입하면 오히려 외교적으로 문제가 더 커지는 만큼 외교적으로 풀어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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