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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시론] 아베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의 딜레마
[경북시론] 아베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의 딜레마
  •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 승인 2019년 07월 10일 17시 1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11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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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지난 1일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대한민국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의 3품목에 대해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선포했다. 이들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로써 이전까지 한국은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수입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해당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일본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8일 NHK는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하는 동시에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없으면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의 다른 수출 품목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협정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일본이 지향하는 무역자유화의 규범에도 어긋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이 오사카 G20에서 약속한 자유와 공정한 무역환경 조성에 대해 전면적으로 역행하는 조치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조치는 강제동원 문제의 정치적 갈등이 무역보복으로 표출된 경향이 있다고 판단된다. 아베 총리는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논리를 명분으로 삼고 수출규제 조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국내외 언론들의 사설을 통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이 한일 관계에 줄 상처는 계산하기 힘들다’는 논조들을 내면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는 수출규제를 철회하기는커녕 그 품목과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견된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는 한국의 수소차, 배터리, 로봇과 같은 미래 테크산업의 발목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 개발과 선점 경쟁이 치열한 신산업분야에서 연구개발의 필수 소재 부품 상당수가 일본산(産)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견의 근거는 아베 총리의 한국 불신론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면 7일 후지TV에 출현한 아베 총리는 “한국은 대북 제재를 잘 지키고 있고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가 사이의 청구권 협정을 어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명확한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를 반문하였다. 여기에 오는 21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수출규제 조치를 활용하여 보수층과 반한(反韓) 여론 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아베 정권의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다. 만약 아베 정권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제외해 전략 물자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면 일본의 경제보복은 본격화될 것이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써 문재인 정부는 일본 측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와 한일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고 외교적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일 일본 경제산업상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사무국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아베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기업은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산업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일본에 의존한 산업구조의 개선을 모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듯하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강한 한국 불신론을 고려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의미 있는 출구 전략 없이는 일본의 강대강(强對强) 전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강대강 대치로 확전되면 한국 경제에는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명분보다는 실익에 기반을 둔 출구 전략을 마련하여 일본과의 외교적 협상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만약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수혜는 산업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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