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불빛 새벽
살망살망 뒤뜰로 돌아들면
어린 계집아이 단발머리에
노란 감꽃 한 송이 떨어져 내린다
어둠 내내 지상으로 내려온 감꽃들
저 홀로 가녀린 슬픔을 땅위에 풀어 놓는다
그리움이 얽히고 설킨 슬픔덩어리들
하늘에 오르면 환한 별빛이 되는가
땅살내음 못 잊은 별들
땅에 내려오면 향기 짙은 감꽃 되는가
젖은 입술로 감꽃 삼키면
성큼 커버린 계집아이 눈에는 아롱아롱
허공중에 사분사분 감꽃 노을 진다
<감상> 감나무는 사람 가까이서 많은 것을 품고 있느라 껍질에 각이 져 있어요. 슬픔덩어리를 피워내느라 속이 다 타들어 갔을 겁니다. 감꽃이 하늘로 오르면 물먹은 별이 되고, 별은 땅내음이 그리워 향기 품은 감꽃으로 떨어집니다. 꽃받침이 꽃을 모두 떠나보낼 때까지 재봉틀 소리를 내며 감나무는 옷 한 벌을 지어내지요. 어느덧 한 벌의 옷을 입은 소녀는 새까만 눈동자를 지닌 성숙한 아이로 성장했을 겁니다.<시인 손창기>
- 기자명 이혜수
- 승인 2019.07.16 15:44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17일 수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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