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에서 질의하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성격의 한국 수출 규제가 한일 경제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일본 전범 기업에 4634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김경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원미갑)이 KIC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 기업 46개사에 4억1200만달러(2018년 말 기준 원화 4634억 상당)를 투자했다.

KIC의 일본기업 주식 투자 총액은 34억300만 달러(원화 3조8600억 원)로 전체 해외주식투자액 464억 달러의 7.4%이고, 일본 채권투자 총액은 69억6000만 달러(원화 7조8300억 원)로 전체 해외채권 투자액 483억 달러의 14.4%를 차지했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화보유액 1026억 달러(원화 115조 원)를 위탁받아 해외의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대표 국부펀드로 현재 투자 운용액은 1445억 달러(원화 173조 원)에 달한다.

KIC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영국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 한국 옥시 본사)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과 같은 비윤리적 기업에 대해 국부를 투자해 논란이 있었다.

김 의원은 “KIC는 이를 계기로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투자에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투자(스튜어드십코드) 원칙을 수립·공포했지만, 이번에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한 투자 명세가 확인되면서 말로만 사회적 책임투자를 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해외 국부펀드 중 노르웨이 GPFG(정부연금 펀드), 네덜란드 ABP(공무원연금)는 무기제조·담배생산 기업,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및 토착원주민 권리 침해 기업을 투자 배제기준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날 KIC의 일본 전범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일명 ‘일본 전범 기업 투자 제한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KIC가 자체적으로 공표한 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기록이 있는 일본 전범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일제 강점 시기 750만 명의 우리 국민이 일본과 전범 기업들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범 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국부펀드가 사회적 책임투자의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한다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전범 기업 투자 제한법’에는 김 의원을 포함해 김정우, 김정호, 김현권, 서형수, 설훈, 송옥주, 정춘숙, 제윤경, 조배숙, 추미애 등 1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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