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인 흉기 살해 혐의 50대, 1심서 ‘무죄’
10년 지인 흉기 살해 혐의 50대, 1심서 ‘무죄’
  • 배준수 기자
  • 승인 2019년 08월 12일 11시 1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12일 월요일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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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14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A씨(53)는 B씨, C씨와 경북 청도군에서 10년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면서 종종 술을 마셨다.

지난 1월 20일에도 그랬다. 오후 4시께 지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경산시로 나간 A씨는 B씨를 만났고, 5시간 뒤에는 C씨도 합류해 청도군에 있는 단란주점으로 가 함께 술을 마셨다. 주점 사장과 실랑이 끝에 술값은 외상으로 하기로 했고, 21일 새벽 1시 25분께 A씨의 집으로 갔다. 오전 7시 40분께는 A씨의 부탁을 받은 택시기사가 술을 전해주고 가기도 했다.

오후 1시 9분께 C씨는 A씨의 집에서 나와 품속에서 흉기 2자루를 꺼내 감나무에 꽂아두고 근처 도로에 누웠다가 오후 2시께 다리가 아프다며 주민에게 신고를 부탁해 출동한 119 구급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지인에게 “C씨가 B씨를 죽이고 도망갔다”고 알렸고, 지인의 차량을 타고 파출소에 가서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C씨가 B씨와 다투다 B씨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수면제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깨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사실은 이렇다. 1월 21일 오후 1시께 A씨는 자신의 집에서 B씨, C씨와 술을 마시던 중 “장사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B씨는 “다리도 편치 않은 데 무슨 장사를 하느냐”고 되받았고, A씨는 서랍장에 있던 30㎝ 길이의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했다. 다시 B씨는 “남은 다리도 마저 잘라줄까”라고 비난했고, 화가 난 A씨는 B씨의 오른쪽 등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A씨는 피해자를 찔러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상윤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는 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구체적인 상황이나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10년 넘게 만난 피해자와 특별한 문제도 없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만한 특별한 동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나 범행현장을 은폐하려 하지 않은 데다 파출소에 찾아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등 살인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범행 후 정황으로 보기에는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다 범행도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C씨의 DNA가 모두 검출돼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사람이 A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C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신고하거나 피해자 구호를 위한 119 신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고,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구급차를 타고 범행을 떠난 점 등을 종합하면 범행을 직접 목격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피고인이 무릎을 꿇어앉고 피해자의 옆구리 쪽을 찔렀다’고 진술했지만, 피고인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에 수술을 받고 장애가 남아서 다리를 구부리거나 꿇어앉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C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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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수 기자
배준수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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