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6일까지 5박 6일간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검찰이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를 개시했으나, 조 후보자를 ‘사수’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에는 변함이 없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사법개혁을 상징하는 조 후보자가 낙마하면 개혁이 후퇴하는 것은 물론, 국정 전반의 동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당분간 조 후보자의 거취 문제는 고려사항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해 ‘정면돌파’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30대에서 조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반칙’, ‘특권의식’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지명철회를 고려할 만큼의 ‘결정적 하자’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참모들은 다음 달 2∼3일로 확정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사자가 직접 의혹을 해명하고 나면 조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하는 여론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등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 한 것을 적잖이 부담스러워하는 기색도 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과 소통하지 않았다”며 “왜 청문회를 앞두고 했는지…”라고 말해 사전에 압수수색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물론 민정라인 등을 통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 내 극소수 인사는 이를 사전에 알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과 경기, 부산·경남, 충남 등에서 총 20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고강도 수사를 예고한 것에는 청와대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사전에 압수수색 사실을 알았다고 가정해도 검찰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검찰이 청문회를 일주일 앞두고 압수수색에 나선 의도를 놓고 의구심과 우려를 표출하는 기류도 나오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정책구상을 발표한 다음 날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을 엄중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청와대로서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번 압수수색이 조 후보자를 앞세워서 완수하고자 했던 개혁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역으로 조 후보자가 지금까지 강조해 온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조 후보자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장관 임명의 당위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고민이 될 수 있다.

고발된 상태에서 장관에 임명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수사 중인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데는 정치적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청와대도 이에 적잖이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서 각종 의혹과 관련한 위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의 하나라도 나온다면 조 후보자가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때문에 청와대가 당장은 조 후보자의 거취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검찰 수사는 물론 여론의 추이를 촉각을 곤두세운 채 주시하면서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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