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남산 위에 뜬 달 항아리
[아침광장] 남산 위에 뜬 달 항아리
  • 김경숙 기획자(ART89)
  • 승인 2019년 09월 04일 15시 4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05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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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어느 분이 둥근 원을 그려보라고 하였다. 펜으로 둥근 느낌이 나도록 원을 그렸다. 컴퍼스로 정확하게 그린 깔끔한 원이 아니지만, 나의 손맛이 들어간 투박한 원이 되었다. 달항아리는 이런 맛과 비슷하다.

백자 달항아리 17세기 후반에 나타나 18세기 중엽까지 유행한 조선 특유의 항아리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온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2019년 3월 경북도청에서 순백이 가득한 ‘윤기환’ 작가의 도자展을 기획했었다.

마음을 담아내고 비우는 시간, 그리고 도자의 흰색과 형태의 단순함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 전시였다.

‘백자들은 조금씩 다른 흰색을 가졌는데,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업을 통해 삶의 겸손과 정성을 다하고 싶다’ - 윤기환 작가

윤기환 作 ‘달항아리’

‘달항아리를 조선 백자의 정수로 꼽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에서 볼 수 없는 원만구족(圓滿具足)한 형태미에 있다고 하겠다. 조선인의 자연친화적인 심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듯한 넉넉하기 그지없는 이 항아리에서 안분자족(安分自足)함을 생활 철학으로 삼고자 했던 당시인의 바람을 엿볼 수 있다.

순백자는 백토의 질과 유약의 성분에 의해 흰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조선 백자는 환원염에서 굽기 때문에 태토가 순백(純白)하여도 유색에는 푸른 기운이 조금씩 들어있다. 백자색은 우유 같은 기름진 흰색, 눈같이 정결한 흰색, 옥같이 파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흰색, 탁한 회색 기운이 많은 흰색 등 여러 가지로, 이 흰색의 상태를 보면 백자의 질은 물론이고 시대 추정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 백자·분청사기. 김재열

음식을 담거나 생활에 쓰이는 도자기는 접시, 대접 등이 있다. 이런 종류의 도자기는 일상생활의 쓰임을 위한 것이다. 달항아리도 처음에는 생활에 필요한 무엇을 담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기존 예술의 정의를 찾아보면, 쓰임을 위한 활동은 순수 ‘예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윤기환 作 ‘달항아리’

윤기환 작가의 백자 달항아리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표현하고 작업 과정의 정성과 몰입을 통해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기도 하다. 새로운 의미 부여와 작가의 재해석으로 그의 작품은 예술의 ‘오브제’로 작용된다.

‘경계를 해체하고, 확장하고, 넘어서는 것이 모더니즘 미술의 발전에 나타나는 본질적 특징이다. 그리하여 미술의 전통 장르들 사이의, 미술과 다른 예술 사이의, 응용 미술과 순수 미술 사이의, 예술과 삶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 경계를 넘어서는 표현. 프랑크 슐츠

달항아리는 넉넉하고 하얀 보름달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 안 있으면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풍성한 명절로 기억되는 명절, 보름달이 크게 떠오르는 추석이다.

달항아리 속에 떠오르는 달. 잠시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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