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유독물질이 유출돼 학생 인명피해를 입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비슷한 사건이 한 달 여 사이에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 일선 학교의 위험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 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의 유독물질 취급과 관리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해야 할 것이다.

4일 오전 11시께 안동의 한 중학교 과학실에서 유독물인 포르말린이 누출돼 학생 59명과 교사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아찔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 학생은 없었지만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유독물질에 노출된 학생과 교사들은 매스꺼움을 호소하며 가까운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포르말린에 담긴 붕어 보관 용기를 옮기다가 부주의로 인해 깨뜨리는 바람에 포르말린이 확산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학교에서 이 같은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도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동물표본에 들어있던 포르말린이 누출돼 교사 2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과학실에 있던 동물 표본이 담긴 포르말린을 교육청에 반납하기 위해 교사 2명이 작업을 하던 중 1개의 표본이 깨지면서 포르말린이 누출됐다. 사고 당시 과학실에는 동물 표본 30~40개가 더 진열돼 있어서 큰 사고가 날 뻔했다.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가 물에 37%가량 녹아 있는 인체에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공기 중 농도가 0.1ppm 이하의 경우에는 눈, 코, 목에 자극이 오고, 0.25~0.5ppm이 경우 호흡기 장애가 있는 사람에는 심한 천식 발작을 일으킬 정도다. 50ppm 이상 노출되면 폐의 염증과 함께 현기증, 구토, 설사, 경련과 같은 급성 중독 증상을 일으키며 심하면 독성 폐기종으로 목숨을 잃을 수 도 있는 위험 물질이다.

경북교육청이 3년 전부터 학교 과학실에 비치돼 있는 포르말린에 담긴 동물 표본을 수거해 폐기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가 수거 폐기를 신청하지 않으며 강제로 수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4일 사고가 난 안동의 중학교도 일부 표본만 수거됐고, 남겨 두었던 20개 중 1개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독물질인 포르말린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 느슨하게 학교 당국에 관리를 맡겨 놓을 일이 아니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유독물질 보유 실태를 점검하고, 수거해서 폐기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또한 불가피하게 과학실 등에 유독물질을 보관해야 할 경우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전문 인력 배치와 관리 책임자를 지정해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 일선 학교의 유독물질 관리 부실로 학생과 교사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