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22개월째 흥해체육관서 이재민 208명 불편한 생활
"가족들 찾아와도 쉴 곳 없어"…덥고 답답한 텐트서 우울한 명절
포항시 "11월까지 체육관 실거주자 확정 연말까지 새 보금자리 준비"

지난달 4일 오전 포항시 흥해읍 흥해체육관 2층은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이재민들이 직접 키우는 화분들로 가득하다.경북일보DB

“내가 갈 데가 어디 있겠는교, 이번 명절도 체육관에서 못 벗어납니더”

민족 대명절 추석을 나흘 앞둔 8일,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이재민 A(80·여)씨는 이번 추석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

이곳에서 거주 중인 30여 명의 이재민들 또한 지난해 명절 때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 2017년 포항 지진의 여파로 실내체육관에서 22개월째 생활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탓이다.

이재민 중 절반가량은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쇠지 못하고 마련된 1평 남짓한 텐트에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아픈 허리로 인해 텐트에 누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한 할머니는 “지난해 명절까지는 ‘잘 되겠지’라는 자그마한 희망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우울한 명절이 올해에도 이어지자 이재민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할 힘도 남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이어 “지난여름도 무더위, 열대야에 밤잠 설쳐가며 힘겹게 버텼는데 벌써 몇 달 뒤에 시작될 겨울을 걱정해야 한다”며 “실내체육관에는 그 어느 곳보다 여름과 겨울이 빨리 찾고 가장 늦게 떠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만날 가족과 친척들을 위한 추석 음식과 선물세트 등을 준비하며 연휴를 즐길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재민들은 이번 명절에도 가족들을 볼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이재민들 중 몇몇은 잠시나마 체육관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펜션 등으로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서울에서 가정을 이룬 딸을 둔 B(71·여)씨는 “가족들이 찾아와도 같이 쉴 곳은 없고, 아픈 무릎 때문에 서울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다행히 이번 추석에는 1박 2일로 딸네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였으나 속 시원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파손 정도에 따라 지원금을 받았고 거주 불가능 판정을 받은 이재민 2390명 중 2030명은 임시 주택으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임대 아파트 입주권을 얻지 못한 나머지 360명은 흥해체육관과 컨테이너 숙소 등에서 2번째 추석을 맞고 있다.

현재 흥해체육관에 등록된 92가구 208명의 이재민 가운데 82가구는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는 실내체육관에 거주 중인 이재민들을 임대 주택으로 이주시킬 방침이다.

포항시 지진대책국 관계자는 “추석 전까지 이재민들로부터 이주 희망 신청을 받아 다음 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이주심의위원회를 통해 체육관 실거주자를 가려내 올해 안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체육관에서 거주할 수 없던 이재민들 또한 심의를 통과할 경우 이주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