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락
  • 승인 2019년 09월 09일 16시 2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0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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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
콩깍지 속 콩이 잘 익어가네
어느 순간 / 콩깍지를 비틀고
콩은 마당 가득 좌르르 쏟아지겠지

그 콩알만큼 작은 콩 하나
키우기 위해
아버지는 지난여름 논둑을 진흙으로 다시 바르고
어머니는 들밥을 머리에 이고
들에 나가셨지
두 분 하늘을 우러러 모든 걸 두려워했지

물 주전자 들고 어머니 뒤따르면
콩알만 하게 어리던 나는
벌써 환갑을 앞두고 보니
그 농부들의 지극한 경외 속에 자랐건만
안타깝게도 콩알보다 작은
내 전 인생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네
가을 저녁 어스름 아래서




<감상> 어릴 적엔 콩 하나 키우기 위해서는 삽으로 논두렁에 진흙을 바르고 콩을 심었지요. 농투성이 부모님은 콩 한쪽도 귀하게 여기고, 작은 땅도 놀리지 않고 부지런히 일구었지요. 두 분 모두 하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을 수밖에요. 비록 가난하고 업신여김을 당하며 살았지만 그 순박함이 본연의 삶이었을 겁니다. 그 작은 콩알 하나에 가을 햇살과 부모님의 땀과 지극한 경외감(敬畏感)이 들어있는 셈이지요. 이순(耳順)을 앞둔 시인은 콩알보다 작은 전(全) 인생이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고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네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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