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하며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어"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하며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어"
  • 김현목 기자
  • 승인 2019년 09월 15일 21시 3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6일 월요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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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출신 성민규 롯데자이언츠 신임 단장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성민규 신임 단장이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연합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고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살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는데 아직은 성공한 것도, 높은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고, 있는 능력을 모두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원년부터 이름을 바꾸지 않은 유일한 팀이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라이온즈와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자이언츠다.

삼성은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05·2006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 포함 총 8회 정상에 올랐다.

반면 롯데는 지난 1984년 삼성을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뒤 1992년 우승이 가장 최근이며,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이 마지막이다.

롯데는 전국에서 가장 열성적인 부산팬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우승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올해도 롯데 출신 양상문 감독을 영입했지만 지난 7월 19일 성적 부진으로 양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반 사퇴했다.

그리고 롯데 구단은 침체된 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지난 3일 37세의 신임 단장 선임하는 깜짝 선택을 발표했다.

신임 단장은 대구 출신의 성민규(37) 전 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다.

롯데 간판타자 이대호와 동갑인 30대의 젊은 나이, 국내 야구를 사실상 겪어보지 못한 인사 등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선임 된 후 팀 재건 작업에 잠잘 시간까지 부족한 성 단장을 2차례 전화 통화로 만났다.

지난 3일 신임된 롯데지이언츠 신임 성민규 단장이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
△실력은 고만고만, 영어공부에 집중했던 노력이 다시 야구로.

성 단장은 대구 칠성초-경복중-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를 졸업한 대구 토박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린이 야구단에 갔다가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우투이면서도 당시 희귀했던 양손 모두 타격 할 수 있어 투수와 외야수를 주로 맡았다.

지금 키가 180㎝인데 중학교 때 이미 현재 체격을 갖출 만큼 신체조건이 좋았지만 고교 시절의 경우 대구상고 진학 후 3학년이 돼서야 출전 기회를 잡았다.

성 단장은 “한마디로 실력이 고만고만했다”며 “고등학교 마치고 프로에 못 갈 정도의 실력이면 뻔하지 않은가”라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했다. 또 “2학년 때 팀이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는데 벤치에서 박수만 쳤다”고 돌아봤다.

고교 졸업 당시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그는 결국 홍익대로 진학했지만 이마저도 1학기를 마친 뒤 야구를 접고 공부를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다소 강압적인 국내 학원 야구에 적응하기 힘들어 학창시절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 대학에 가기 위해 영어가 필수였던 만큼 전공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영어공부에 올인했다.

유학 가서 처음 6~7세 아이들과 함께 영어를 배우는 등 1년 동안 공부만 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미친 듯이 영어공부에 매달린 그는 1년 만에 뉴질랜드 유니텍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야구를 포기하기 위해 공부를 했지만 주말마다 클럽 야구에서 뛰었다.

그리고 어느 날 “공부하듯이 야구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다시 야구공을 잡았고, 미국 대학팀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띄어 미국 웨슬리안대를 거쳐 지난 2004년 네브래스카 주립대에 들어갔다.

네브래스카 주립대에서 성적을 올리자 2007년 국내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 2차 4라운드 지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년 반의 짧은 국내 프로야구를 경험한 그는 미국 독립야구리그에서 뛰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자신의 대학 감독 주선으로 시카고 컵스 테스트를 보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는 성 단장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몸으로 미국 야구를 느낄 수 있었다.

성 단장은 “구단에서 트리플A 그룹에 넣었지만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공부도 했고 코치와 스카우트 쪽 일을 생각하는 순간 구단에서 코치 제의가 와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1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니까 구단에서 스카우트 학교로 보내 전문성을 쌓도록 했고, 3년 정도 코치 생활도 이어갔다.

결국 보조 코치를 비롯해 구단 내 다양한 업무를 하다가 아시아를 담당하는 스카우트가 됐고, 팀 내 평가가 좋아 다른 팀에서 영입 제의가 왔다.

그럴 때마다 구단에서 승진을 스키며 성 단장을 붙잡았다.

차곡차곡 직위가 높아지면서 아시아 선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 메이저 선수들을 살피는 단계까지 올라섰고, 이러한 경험이 롯데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밑거름이 됐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롯데라는 국내 최고 인기팀의 단장이 된 만큼 성 단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 단장은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고, 단장이 팀을 이끌어가는 직책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선수단 구성 등 단장이 가장 많은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메이저리그에서도 단장의 역할은 한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성 단장은 “단장은 높은 자리가 아니라 할 일이 많은 책임이 많은 자리”라며 “미국 단장이 선수단을 구성하지만 결국 그 선수들이 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우승해도 스포트라이트는 선수가 받아야 하며, 단장은 수면 아래서 선수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좋은 선수도 찾아야 하며, 무엇보다 팀원들이 함께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야구’, ‘단장의 야구’ 등 야구 트렌드에 대해서도 일축하며 이기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팀 간판인 이대호에 대해서도 “팀의 리더이며 상징인 선수로 인위적인 리빌딩을 외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인위적인 리빌딩은 팀을 더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이 크며, 이대호는 아직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공인구 변경에 따라 세부지표가 떨어졌지만 이는 비단 이대호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그에서 상위권 1루수이고, 팀 내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 슬럼프에 빠졌다고 낮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성 단장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라며 “조직도 수평적인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하고,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내년 시즌 성적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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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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