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의 국가디자인] 인사 참사 근본 원인은 '제왕적 권력구조'에 있다
[허성우의 국가디자인] 인사 참사 근본 원인은 '제왕적 권력구조'에 있다
  •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 승인 2019년 09월 18일 15시 1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9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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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갈등과 혼란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부터 끊임없던 인사 검증 실패,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 인사 수석실 행정관의 군(軍) 인사자료 유출 의혹 등으로 문제의 책임자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경질 요구가 거세게 일었지만, 그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로 시종일관 ‘조국(曺國)지키기’를 선택했다.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으로 국민적 여론과 국회를 무시하고 독선·독주·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의 결정체는 바로 대통령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5년간 손에 쥐고 있기에, 오늘 같은 초유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를 잉태시켰다. 따라서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에 있다. 5년 단임제의 대통령제는 다원화, 정보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개인의 삶과 국가번영을 위하는 시대정신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5년 단임제 권력구조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사라져야 할 때가 되었고, 지금이 권력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라는 말은 본래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삼권분립을 헌법에 최초로 명시한 미국 정치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나 법원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원칙이 입법 ·사법 · 행정으로 국가 권력을 분할하는 삼권분립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견상으로는 삼권이 분립되어 있으나 삼권 분립이 추구하는 견제와 균형은 실종된 지 오래다. 대통령이 여당 혹은 국회의장을 통해 입법과정을 지배하는가 하면 위임입법(委任立法)을 통해 입법의 주인이 되려 하고,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임명권이나 예산 편성권 등을 통해 우월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덕분에 한국은 전직 대통령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일이 되풀이되는 불행을 겪고 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영국의 경구는 바로 대한민국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은 장면정부가 1년 남짓 내각책임제를 도입했던 것을 제외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에서는 ‘대통령의 말씀이 곧 최고의 율법’이 되어 정치·경제·사회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고 정실·편중인사 등 인사권이 전횡·남용되어 왔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등에 대한 인사권을 포함해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는 자리만 7,000여 개라고 하니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장급에 불과한 행정부 차관보 한 명조차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는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대통령은 그야말로 제왕(帝王)이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역시 결국 권력구조와 맞물려 있기에 초유의 패스트트랙 사건은 앞뒤가 맞지 않는 단순 권력싸움에 불과하다. 당시 여당이 군소 정당과 손잡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 할 때 제1야당이 선제적으로 권력구조 개편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딜(deal)을 했다면 폭주하는 검찰의 업무를 덜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면 현행 대통령 중심제 문제를 해소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선행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국회에 작은 정당들이 모여 각자 주장을 내놓아 대통령을 국회가 견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제2, 제3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와 같은 인사 참사는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극심한 매표(賣票) 행위와 정당 난립으로 만성적인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브라질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어느 정부든 집권하면 ‘우리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만만했었다. 그러나 어떤 대통령도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았던 적이 있는가? 따라서 권력구조 개편은 정치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지금처럼 견제되지 않은 대통령 권력과 대통령의 책임성 부재가 계속된다면 책임 정치는커녕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행은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제왕적 권력구조 개편’이야 말로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는 물론 경제·사회적으로도 다시 한 번 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최고(最高)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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