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문화도시 옷 입히자] 1. 주민문화공간 재탄생한 ‘폐철도’…뉴욕 하이라인
[포항, 문화도시 옷 입히자] 1. 주민문화공간 재탄생한 ‘폐철도’…뉴욕 하이라인
  • 류희진 기자
  • 승인 2019년 09월 18일 20시 4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19일 목요일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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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버려졌던 2.4㎞ 폐철로, 공중공원으로 탈바꿈
하이라인 전경. 출처=FHL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업구조와 도시의 발전은 이전 산업과 관련된 건축물과 시설물의 도태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이는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된다.

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철강산업으로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이룩한 ‘철의 도시’ 포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철강산업이 주된 먹거리였던 포항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폐철도를 ‘철길숲’이라는 산책 공간으로 바꿨고, 영일대·송도 바닷가를 배경 삼아 철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제작·전시하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여는 등 ‘명품관광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포항에서 생겨나고 자라난 산업유산과 포항이 품고 있는 흔적·장소를 활용해 도시에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경북일보는 국가기반의 산업도시로 자리를 지켜온 포항이 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문화예술산업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국내·외 모범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철의 도시 포항, 문화도시 옷 입히자

글 싣는 순서

1. 주민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폐철도’…뉴욕 하이라인

2. 자연과 인간예술이 숨 쉬는 도시재생…스톰 킹 아트센터

3. 환경재생 생태공원 된 ‘폐 정수장’…선유도 공원

4. 포항, 도시 체험형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



하이라인 전경
△버려진 철도에 새 숨결을

하늘을 찌를듯한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는 총 길이 2.4㎞에 이르는 공원이 있다.

바로 ‘하이라인’이다.

원래 하이라인은 1934년 20개의 블록을 가로지르며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Lower west side)에서 운행되던 지상에서 약 9m 띄워진 고가 화물 노선이었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으로 보편화되면서 철도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1980년 운행이 완전중단된 후 20여년 간 버려진 채 흉물로 남아있었다.

물론 하이라인 인근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철도의 철거와 지역 재개발을 요구했다.

1990년대에 들어 하이라인 인근에 위치한 첼시 지역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개발업자들은 뉴욕시와 함께 용도 폐기된 철로를 철거하고 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주민 동의를 구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때 공청회에 참석했던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하먼드라는 두 젊은이가 철거 대신 재생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결국 첼시 지역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과 함께 ‘하이라인의 친구들(FHL·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비영리단체를 결성했다.

이후 2002년 부임한 블룸버그 시장의 하이라인 보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지역 예술가들의 꿈과 같았던 하이라인 공원화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실현 단계로 접어들었다.

하이라인을 찾은 가족이 자원봉사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새로운 시작

2003년 뉴욕시가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위한 설계 공모사업을 벌인 결과, 36개국 700팀이라는 어마어마한 참가자가 몰렸다.

이윽고 건축가 딜러 스코피디오가 하이라인의 재생건축가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스코피디오의 구상은 ‘공중 야생화 밭’이었다. 그는 제일 먼저 버려진 20년 동안 하이라인에 피어난 야생화를 관찰했다.

햇빛이 오래 닿는 곳, 바람이 많이 부는 곳, 그림자가 자주 지는 곳 등 다양한 환경조건에 따라 자라난 야생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원을 재단장했다.

총 10년의 계획 기간, 3년의 시공 기간을 비롯해 3차례에 걸친 단계별 준공을 통해 하이라인이 완성됐다.

2006년 착공한 하이라인은 남쪽 갠스볼트가에서 20번가에 이르는 첫 번째 구간이 2009년 6월 개장했고, 20∼30번가 구간이 2011년 6월, 마지막 30∼34번가 구간이 2014년 9월 완공됐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폐철도는 녹지공간 부족에 허덕이던 맨해튼에 차도, 횡단 보도에 막히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원으로 변화하며 수많은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공원에는 산책로뿐만 아니라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벤치, 선데크(Sun deck)도 조성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계단 형식의 벤치와 넓은 잔디광장도 있고 물길이 흐르기도 한다. 많은 뉴요커와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휴식하면서 맨해튼 풍경을 즐긴다.

공원 한편에는 세계에서 가장 도시적인 뉴욕 시내의 모습이, 반대편으로는 보는 것만으로 시원해지는 허드슨 강의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점도 하이라인이 가진 특별함 중 하나다.

뉴욕을 찾은 한 가족이 하이라인을 걷고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하이라인

하이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공원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자금 대부분이 지역민들의 기부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약 30년 전 공원 조성을 주도했던 ‘하이라인의 친구들’이 계속해서 운영을 도맡아오고 있으며 관리비 90% 이상을 시민들의 기부금과 멤버쉽 후원, 대관료 등으로 충당하면서 외부 자본에 흔들리지 않고 정체성을 지키며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한 채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하이라인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신경 쓴 유지·관리·운영방식 또한 눈에 띈다.

가뭄에 강한 식물을 심어 물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급수할 때도 날씨와 식물종류에 따라 조절한다.

또한 낙엽, 지푸라기, 정원 쓰레기는 퇴비로 재활용하면서 탄소 발생도 줄인다.

지역민으로 이뤄진 자원봉사자와 민간단체들은 하이라인을 지탱하는 힘이다.
하이라인에 지고 있는 노을. 출처=FHL
하이라인의 역사·디자인·예술을 소개하는 ‘Docent(강사)’, 자연경관의 유지를 맡고 있는 ‘Horticulture Partners(원예사)’, 하이라인의 사계절을 기록하는 ‘Photographer(사진사)’ 등 하이라인을 지키는 모든 사람은 시민들이다.

지난여름 직접 찾았던 하이라인에서 만났던 ‘강사’ 아만다는 “뉴욕은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기 정말 어려운 도시”라며 “하이라인은 자연을 갈망하는 많은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장소”라고 말했다.

휴일이면 은행원에서 ‘원예사’가 되는 조나단은 “매일 새벽 하이라인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하루의 원동력을 얻는 만큼 나도 보답하고 싶었다”라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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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진 기자
류희진 기자 hjryu@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의료, 환경, 교통,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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