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리단길이 주는 교훈
[데스크칼럼] 경리단길이 주는 교훈
  •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 승인 2019년 09월 22일 17시 5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3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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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천년고도 경주의 최근 ‘핫 플레이스’를 꼽자면 단연 황리단길이다.

황리단길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개성 넘치는 가게가 들어서면서, 경주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과거 낙후된 골목길을 트렌디한 콘텐츠로 조화롭게 꾸며, 기존 유적지 위주의 관광에 식상한 젊은이와 기성세대까지 불러모았다.

한마디로 황리단길은 글로벌 관광도시 경주에서 가장 ‘핫’한 새로운 명물 거리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황리단길이 경주 관광 열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연일 몰려드는 관광객과 끝없이 치솟는 임대료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황리단길은 대릉원 후문의 내남사거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편도 1차선 도로와 대릉원 돌담길 주변의 황남동 골목길 일원을 일컫는다. 외관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경주의 ‘핫’한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모습이 SNS를 통해 퍼지자 주말의 경우 3만여 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황리단길 일대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고즈넉한 한옥 생활을 꿈꾸며 이곳으로 이사를 왔거나, 오랫동안 황남동을 지켜 온 주민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평일은 물론 주말만 되면 온 동네가 관광객의 차량으로 점령당하는 데다, 도로마저 꽉 막혀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역 활성화를 이유로 어지간한 불편은 견뎌 왔으나, 주거공간 주변까지 침범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골칫거리가 된 것이다.

더욱이 경주시가 주민들의 불편호소에도 불구, 차량을 일방통행으로 추진하려고 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임대료도 말도 안 되게 치솟으면서 황리단길의 발전과 지속적인 보존을 우려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이곳 일대는 과거 230㎡ 규모의 상가 임대료가 월 40~50만 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0배 가까이 상승한 400만 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하다. 수직 상승한 임대료 거품이 빠지지 않고 지속될 경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하나둘 떠날 수 밖에 없다.

지역주민 불편 해소와 거품 임대료가 허물어지지 않고서는 고도 경주의 최고 ‘핫 플레이스’ 황리단길이 서울 경리단길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골목길의 원조인 경리단길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면서 공실이 잇따라 발생해 이제는 빈 동네가 돼버렸다.

다행히 황리단길은 경주시가 한계에 다다른 주민들과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앞날이 그다지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

경주시는 최근 주민들과 만남을 갖고 전선지중화사업을 비롯 주차장,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 확충과 같은 요구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주민들도 다소 불편하더라도 경주시가 추진하려는 일방통행을 한발 물러나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꾸만 올라가는 임대료를 현실성 있게 조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상권 내몰림 현상으로 상인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면서 공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경리단길 같은 불상사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황리단길이 ‘반드시 가보고 싶은 거리’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상가 종사자, 그리고 경주시와 관광객이 함께 호흡을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관계자가 힘을 모아 그동안 불거진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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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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