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의 세상이야기] 취임사와 동떨어진 대한민국 현실
[유천의 세상이야기] 취임사와 동떨어진 대한민국 현실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 승인 2019년 10월 03일 19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04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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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2017년 5월 10일 정오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취임사를 시작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오늘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취임사는 마치 아침 이슬을 함빡 먹은 활짝 핀 붉은 장미를 보듯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미사여구로 가득 찼다. 이 취임사를 들은 국민이나 취임사를 읽어본 국민은 이제 당파 싸움 없는 정치와 지역 간 계층간의 이질감이 없는 국민 모두가 하나로 화합된 대한민국 앞날에 꽃길만 있을 것으로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그로부터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힘줘 밝힌 대한민국이 과연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쪼개지고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전락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텨 내는데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을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로 바로 세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화려한 취임사는 계속된다. “앞으로 탕평인사를 하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해서 이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삼고초려가 부끄러울 정도로 정부 요직은 친문들 끼리끼리 차지했다. 현 정권과 사실상 공동정권이라고 할 참여연대 출신들 중 조국을 비롯해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 3명과 정부, 정부 산하기관 등에 60여명이 요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헌법재판관까지 참여연대 출신이 들어가 있다.

계속된 취임사에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이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과연 문재인 정부에서 평등, 공정, 정의의 사회로 바로 세워 졌다고 말할 수 있나. 최근 들어 검찰의 조국 법무장관 가족비리에 대한 자택 압수수색 등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자 해외 순방에서 갓 돌아온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하라”고 요구하는 등 2차례나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검찰개혁’으로 표현했다. 사실상 조국 가족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대통령이 조 장관 가족 수사에 ‘인권’을 거론하며 검찰의 ‘절제된 수사’를 요구한 반면 전 정권 인사들 중 적폐로 몰려 검찰의 수사를 받다 인격살인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검사 등 4명과 각기 다른 6가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장관, 숱하게 많은 전 정권 인사들이 인권을 무시당하는 수사를 받았을 때 대통령은 ‘인권’과 ‘절제된 수사’를 거론했던 적이 있었던가. 오직 침묵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성찰과 절제’를 주문한 후 지난달 말 ‘조국 지키기 촛불’ 집회가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벌어졌다. 사실상 길거리 군중정치가 벌어졌다. 민도가 낮은 볼리비아 등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관제데모로 보였다 그 결과 온 나라가 반으로 쪼개졌다. 전국에 있는 범보수단체 1460여 개 사회단체와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와 한국당 등 정치계와 서울대추진회가 3일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조국 파면구속’을 외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앞으로 3일간 청와대 앞에서 철야 집회를 가지기로 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서울대생들 대학생연합회도 "조국파면"을 외치며 대학로에 몰려나와 촛불 집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래도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 취임 때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보수 진보 진영으로 나누어져 분열되고 심지어 적대시까지 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절반의 시점에 와 있는 문 대통령은 실현성 없이 미사여구로 가득 찬 취임사에 얽매이지 말고 문 대통령이 마음속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또 다른 국가의 청사진이 있으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좀 더 솔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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