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아서 우동을 먹으러 간다
마음이 허기를 수락하고
힘줄로 하여금 페달을 밟게 한다

주택가의 오르막과 내리막
과속방지턱을 넘어서
페달을 밟아 우동을 먹으러 간다

구르는 바퀴의 속도를 돌이켜
페달을 거꾸로 돌리면
언제나 허기가 주인이었다

이 허기 때문에 / 들 넓은 외가外家의 쌀밥이 눈에 선했고
이 허기가 뒤늦게 / 낯선 도시의 공무원이 되게 했다

어머니는 출가하겠다는 아들을 뒤세워
삼겹살을 끊어다 구웠다
―이거 묵고 그냥 살자
어머니의 인중이 문풍지처럼 떨렸다

12시부터 1시까지는
평상 끝에 참새처럼 걸터앉아 기다린다
기껏 먹는 것이 냄비우동이다

허기가 시켜서 / 상수도가 터진 길을
후룩, 휘릭, / 바퀴를 굴려 우동을 먹으러 간다




<감상> 바퀴의 속도를 돌이키듯, 과거를 떠올리면 화자의 삶은 허기가 주인이었고, 허기가 나를 결핍에 놓이게 했다. 하얀 쌀밥을 그리워하고 삶에 염증을 느껴 출가를 결심케 했다. 어머니의 떨리는 인중 때문에 그러하지 못했고, 허기가 겨우 나를 밥벌이에 뛰어들게 했다. 평상에서 매일 먹는 것이 우동이고 칼국수이다. 사려놓은 우동가락이 꼭 자전거 바퀴와 같다. 화자는 지겨울 법도 한데, 왜 바퀴를 굴려 오늘도 우동을 먹으러 가는 걸까? 아직도 허기가 주인인 것이고, 그 정신적인 허기가 자신의 삶에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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