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송구…검찰 개혁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정겸심 다섯번째 소환조사…신병 처리 향방 주목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연합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만인 14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15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조 장관은 또,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갖 저항에도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건 모두 국민 덕분”이라며 “국민께선 저를 내려놓고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줄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과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가족 관련 의혹 수사를 두고는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돼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며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또, “저의 쓰임은 다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지만,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의 마음과 함께하겠다”며 “국민이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 장관이 전격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의 조 장관 일가 관련 의혹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이 물러나며 검찰은 현직 법무부 수장 가족을 수사하는 데 따른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고 평가한다.

조 장관은 본인과 가족 관련 검찰 수사는 보고받지도, 지휘하지도 않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23일 서울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폭로되며 ‘수사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날 조 장관 사의 표명은 검찰이 정 교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섯 번째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검찰은 정 교수 소환조사 절차를 모두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정 교수의 증거인멸·은닉을 방조했을 가능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이 오늘 오후 5시38분 조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조 장관의 임기는 오늘 밤 12시까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5일부터는 김오수 차관이 법무장관의 직무 대리를 맡게 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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