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국내 응급의료 체계 아쉽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

이국종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교수가 22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대구시민대학 인생백년아카데미’에서 ‘외상수술(trauma surgery)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가 변하지 않는 국내 응급의료 체계에 대해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 교수는 대구시민대학 슈퍼토크에 참석 ‘외상수술, TRAUMA SURGERY’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슈퍼토크는 22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렸으며 국내 외상외과 최고 권위자인 이 교수의 명성을 반영, 600석 규모의 1층 공연장이 가득 찼다.

평소 시민대학은 60대 이상 장년층이 주로 참석했지만 이날은 20·30대 젊은층이 대거 몰려 이 교수에 대한 전 연령층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결국 몰려드는 시민들이 강연에 참석할 수 있도록 2층을 개방했다.

이 교수는 대형 화면에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강의를 이어갔다.

우선 대구에는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가대병원 등 거점 대학병원이 4곳이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중증외상센터를 처음 신설 할 때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은 떨어졌지만 경북대는 선정됐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춰진 반증이며 대구에 좋은 의사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가 가까이 갈수록 환자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의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이외의 지역으로 출동하는 경우가 전체 비행에 20%를 차지하는 등 환자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이 공부했던 미국의 예를 들며 선진 의료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은 교수들이 군대에 가서 근무하는 등 응급의료수준이 높지만 국내는 헬기착륙장조차 제대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4년 헬기착륙장이 없어 땅바닥에 그렸다고 돌아봤다. 이 교수는 “당시 국내 헬기는 각종 규정을 이유로 착륙 못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미군 헬기는 착륙해 환자를 이송하는 등 차이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직접 그린 헬기착륙장에 국내 헬기는 2011년까지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북한 병사가 귀순할 때 총상을 당했을 때도 미군이 이송하는 등 우리의 현실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응급 의료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이 교수는 파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도 파병에 나가 글로벌 스텐다드를 배웠다. 미국은 현역과 민간인의 구분이 없이 부상병,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자신이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미군들과 더 많은 일을 했고 인정해 준 점을 상기시켰다.

직접 근무한 영국 병원에서의 경험도 들려줬다.

영국 날씨가 좋지 않아 환자이송을 위해 헬기를 띄우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회의에서 헬기가 필요하다고 결론 나면 기상 여건과 상관없이 출동하는 등 결국 진정성의 문제로 바라봤다.

의사는 물론 파일럿들이 진정성을 가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영국 왕자들이 직접 닥터 헬기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진정성이 발휘되는 것이고 자신은 흉내라도 내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평소 헬기와 관련된 훈련도 중요한데 의사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환자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동 시 만약 멀미라도 하던가 기절할 경우 환자가 2명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헬기 이야기가 나오자 이 교수는 대구에 국내에서 가장 좋은 헬기가 있으며 경북은 수년 전부터 닥터헬기가 운영되는 등 여건이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국내 상황이 20년 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담담히 전했다.

하나의 예로 10년 전부터 각 소방서에 헬기착륙장을 만들기 위해 주력했지만 만들어진 헬기착륙장도 주민들의 반발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20년 동안 정책을 시행했다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실패한 인생’, ‘인생이 꼬였다’고 표현하는 등 힘들었던 심정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런데도 이 교수는 현실과 이상이 다르지만 결국 사람이 한다는 말로 의지를 다잡았다.

이국종 교수는 “10년 이상 하면 나아지는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퇴보했다”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강의를 마쳤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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