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도 등대가 있을까
있다면 그 등대는 어떻게 생겼을까
밤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꾸고 싶은데
언제나 떨어지는 꿈만 꾼다
밤새 엎드려 종이에 몇 자 끄적이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데
밤하늘에 구멍이 난 듯 글자들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령 엄마는 왜 내 꿈에 한 번도 안 나와 같은,
이제 벼로 남아 있지 않은 달, 별, 나무, 고향 같은
닳고 닳은 그리움이
구멍이 난 백지 아래로 떨어져 간다
밤하늘에는 그 말들을 위한 등대가 있을까
내 안에 쓸쓸하게 살다 간 말들을 받쳐줄
부드러운 손이 아직 있을까
밤하늘에 끄적인 말들이 / 몇 억 광년을 달려와
눈을 뜬 아침에 벽지에 적혀 있다면
그건 떨어지기만 하는 꿈이
저기 아침 이슬 속 맺힌 은하 같을 텐데




<감상> 밤하늘에 등대가 있다면 환한 불빛 때문에 별들이 반짝거릴 수 없어요. 밤하늘에 등대가 있다면 누구나 날개 달고 하늘을 날 수 있을 테니까요. 밤하늘을 날다가 떨어지는 꿈을 꾸는 건 당연지사고 간절히 바라는 글자들이라도 얻는다면 얼마나 좋아요. 꿈에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운인가요. 내 안에 외롭고 높고 쓸쓸한 말들을 받쳐주는 것도 어두운 적막이고, 몇 억 광년을 달려온 별빛 덕분이죠. 아침 이슬 속에, 아니 내 안에 있는 눈물 속에는 은하수의 무수한 별빛이 담겨 있지요. 이 눈물이 밤이 되면 물먹은 별로 떠올라 빛날 테죠.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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